교육 및 일반자료

우리 곁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작성자
김현주
작성일
2020-09-30 23:04
조회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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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일이 한가위입니다. 별다른 명절이지요.

한가위를 이렇게 고즈넉하게 맞게 되는 건 처음이네요.

저녁 나절에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하늘 위에도 맑고 높고 둥근 달이 떴어요.

유난히 한껏 고즈넉한 달입니다.

땅 위의 번잡함과는 다른 초연한 모습이 우리의 근원을 생각하게 하니 저도 모르게 차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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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가신 분들은 지금쯤에는 벌써 하루밤을 보내시고 부모님들과 해후를 하셨겠지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넉넉한 품에서?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는 중이겠구요.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소박한 저녁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올 추석은 모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고 양쪽 집에 제안했어요.

늘 손님으로 가는 저와는 다르게 상차림을 준비해야 하는 큰형님과 올케에게는 내심 반가운 제안이었던가 봅니다.

그러고 나니 저도 가뿐하고 명절 전날인데도 전혀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몇 일 전에 1차 벼베기까지 한 터라 피곤한 몸을 푹 쉴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 부모님들께 드린 약속대로 '공부 나눔' 첫 회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드디어 시작인데요,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저 최근에 제가 읽은 책과 생각을 편안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명절 피로의 일상에서 잠시 빠져 나올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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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밀레니얼 세대인 정지우씨가 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을 얼마 전에 재미있게 봤어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이니 여러 세대가 모이는 명절에 적절한 주제인 것도 같네요.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 많이 듣고 계시지요?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세대'에 대한 것이라서 읽게 된 책입니다.

예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세대론'에 주목하고 책까지 읽게 된 데에는,? 저 자신이 세대를 관망할 정도의 나이가 되어가면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거예요. 국가의 정해진 교육과정을 받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매일 모색하는 교사로서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 것인가, 아이들이 자라서 사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교육적 이상을 함께 실행해 나가는데? 모인 사람들,? 부모님들과 동료 교사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좋은 가치를 가진 교육을 발견해냈는데 이 교육이 지닌 이상을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을까,? 그것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은 어떻게 해야 튼튼하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겁니다. 이상을 함께 이루어가야 하는 주체는 사람들이고 사람에 대한 담론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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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아우른다. 흔히 세대론에서 세대 구별이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이러한 세대 규정은 그 폭이 제법 넓은 편이다." (본문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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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90년대생이 온다>를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간혹 90년대생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요. 때로는 그들이 직접 만든 방송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기도 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문화적인 것을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접하게 되기도 해요.

개인의 고유성을 '세대론'으로 모두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다르다는 느낌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였는지 이 책을 보고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니 밀레니얼 세대와의 잦은 접촉이 저에게 이 책을 잡게 한 계기가 되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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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발도르프 교육을 시작했던 때 학교의 문을 두드리셨던 부모님들은 저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저보다 더 많은 연령대 분들이셨죠.

학생 때 했던 고민들도 비슷했고 그래서 세상에서 새로운 교육을 펼쳐야겠다는 동기와 열정까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세월의 격차를 둔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계세요.

우리가? 협력하여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고,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즈음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고 그들이 우리 아이들의 사회적 선배들로 기반을 닦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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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자 정지우씨는 87년생이었어요.

저는 87년도에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요. 영화 '1987'의 주인공처럼 바로 그 해를 열렬한 대학 1학년생으로 보내고 몇년 후 졸업을 했을 때쯤에 '요즘 대학생들은 데모 안 한다. 도서관에 박혀 취업 준비하느라고? 바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졸업 후 이상과 현실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방황하고, 사회에서 나의 자리를 잡기 위해 이럭 저럭 모색을 하다가 육아와 함께 새로운 일에 착수하느라 다른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가 후배로서도 접하지 못했던 세대의 성장 과정과? 흐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됐어요.

"우리는 자기만의 꿈을 좇으라는 얘기를 귀가 아프게 듣고 자란 세대였다. 몇 번의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시대적인 불안이 폭발하듯 터져 나와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을 지켜줄 최후의 단어가 '꿈'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심지어 그저 안정적인 생존을 위한 직업을 얻고자 몰두하는 일도 '꿈을 좇는다'는 말로 포장해야 견딜 수 있었다......(중략)..... 하지만 그러한 꿈을 좇아야 할 삶, 꿈을 쫓아 마땅한 삶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심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우리가 속했던 현실은 모두가 참가하는 단 하나의 레이스, 획일화된 수험생활, 입시로 줄 세워 다양성을 증발시켜버리는 집단주의적이고 무차별적인 현실이었다. 역대 최고의 대학 입학률, 대부분의 또래가 뛰어든 단 하나의 무대, 그 속에서 꿈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저 먼 이상으로 떠나갔고, 뒤이어 최악의 청년실업률, 스펙 경쟁, '사오정'(45세가 정년)이니 88만원 세대니 하는 말들 속에서, 현실은 거대한 괴물처럼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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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젊은? 30대의 저자가 자기 세대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 참 솔직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는, 강박적으로 꿈을 강조하며 하고 싶은 것을 이루라는 말과 정반대에 서 있던 현실에 대한 불안의? 삶 속에서

'분열증적인 증세'를 겪은 세대로 스스로를 이야기하며 책의 서두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분열증의 특성으로 청년들이 환각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환각을 마주한다는 게 뭘까요?

"아무리 하루살이가 팍팍한 청년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도심에서 '호캉스'를 즐긴다. 평소에는 삼각김밥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일주일에 몇 번쯤은 손에 들고, 한 달에 한 번쯤은 '뜨는 동네'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 아늑한 공간에서 화려한 저녁을 즐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라도 명품 시계나 가방 하나는 갖고자 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에서 누리는 하루, 날씨 좋은 날의 여행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매년 증가하는 해외여행객의 절반 정도는 20대와 30대이고, 가격대가 만만치 않는 브런치 카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채우고 있는 것도 대부분 우리 세대의 청년들이다."

"우리는 소비자로 자랐고, 세상은 우리가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제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훌륭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어느 때건 즉각적으로 저 '행복의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든 육아든 그러한 이미지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거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의 '정점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 그 밖의 전통적인 관습들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소비의 정점인 상태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싱글의 삶이든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의 삶이든 비혼의 삶이든 상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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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보다는 이미지화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현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지요.

우리는 온종일 이미지에 시달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에 연관된 종류의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가 여지 없이 뜹니다.

여행지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검색한 다음에는 온갖 여행 상품들이 요란하게 나타나지요.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이미지에 매일 폭력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요. 그것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끝없이 우리에게 소비를 재촉합니다.

소비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주류에서 소외된다고 느끼게 하지요.

아이들과 옛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저마다 상상으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요.

이런 이미지들은 개별적이지도 창조적이지 않으며 자본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훈련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미디어 강국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본이 생산한 더 많은 이미지 안에서 불안과 소외를 봉인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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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인스타그램의 최대의 활용자들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셨을 줄로 압니다.

맞습니다.

당장의 소비로 우리의 상태를 직시할 수 없는 환각의 상태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절망이라는 것을 체험하지 않는 것이 아주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시대의 온갖 이미지들은 우리가 우리의 밑바닥을 체험하고 직시할 기회를 앗아가 버립니다.

그것은 곧 자기 인식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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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밀레니얼 세대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추어내면서 나누고자 하는 얘기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이 좋은 명절에 좀 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요,

직시하면서 알고 나야 그것을 넘어갈 수도 있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일 최고 권위의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에서 얼마 전 '소비 포기'운동을 표지 제목으로 하여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소비 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소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82퍼센트를 넘는다고 해요.

독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소비할 때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합니다.

지구는 다음 세대인 미래 생명이 살아야 할 터전이므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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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교수의 다음 책에서도 아주 명쾌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비주의는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세요. 온통 소비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면적으로 지배되는 자본 독재 단계에 들어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해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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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헬조선'이란 말이 요즘은 좀 뜸하게 들리는 것 같은가요.

코로나를 잘 대응해 낸 나라로? 한국이 세계에서 모범된 모델이 되고 있어서인 듯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 세대는 미래가 불안한 듯 해요.

국민의 비율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바야흐로 완연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한국에서 일상화되어 버린 노인 자살의 첫번째 원인이 노인 빈곤문제라는 것입니다.

노인 자살 뿐만 아니라 청년 자살 비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아요.

10대에서 30대 사이 한국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의 순위에서도 20년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예요.

그 원인을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평등으로 분석하고 있는 논의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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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경제학과의 이강국 교수가 쓴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퍼센트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의 55퍼센트라고 합니다.

10퍼센트가 97.6퍼센트를 가지고 있고요, 나머지 90퍼센트가 2퍼센트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게 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사고에 압박이 가해집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안정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대학입학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입시에 매달립니다.

20세 직전의 모든 청년들이 똑같이 시험에 나오는 문항을 풀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기계처럼 풀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

유수한 대학이라는 곳 앞에 가까스로 줄을 서게 되지요.? 대학을 들어가고 나면 이미 진정한 학문은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리구요.

도태되지 않으려면 더 힘겨운 취업 준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경쟁에서 도태된 나머지 청년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요?

살인적인 경쟁,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적 질환을 일으키고, 이것이 청년 자살로 이어지는데

이것을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을 그렇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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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쓰다 보니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네요.

물론 이 책에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밀레니엄 세대가 가진 시대적 분열증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공부하거나 쉬면서 놀면서 공부를 하게 되면 성적이 나오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방법인 줄을 알지만 기계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며 무한경쟁의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아이들이 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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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꿈과 창의력을 강조하지만 도무지 상상력이란 것은 자라날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입시 제도가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고 환각적 소비에 하루하루를 살게 하는 주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이 세대에 대한 선배로서의 책임감과 비애감마저 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심하게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조금 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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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와 함께 발도르프 학교를 세우는 데 전력했던 부모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은 더 나아진 세상을 물려줘야 할텐데...."

제가 최근 10년간 신입생 입학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부모님들의 생각과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현재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이야말로 입시제도를 겪고 나서 그것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아시는 거죠.

적어도 줄세우기 경쟁에 내몰리는 학창시절이 '일상 행복의 감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에 대해 경험하신 세대이시잖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 가야하고 이웃에 함께 놀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우리 사회에는 어느덧 '소아우울증'이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김누리 교수는 이 말은 마치 '검은 눈사람'이라는 말처럼 어처구니 없이 모순된 말이라고 하네요.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놀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약탈하는 살인적인 경쟁체제 그것이 바로 우리 학교 바로 바깥에서 횡행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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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게 될 때 저는 속으로 반문하곤 했어요.

"그럼, 미래는 덜 행복해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아이가 대학을 못 가거나 경쟁에 뒤처지는 아이가 되어도 지금 행복하게 배운다면 정말 괜찮다는 말씀이세요?"

고학년이 되어 가면서 조금씩 좌불안석이 되어가며 학교 들어오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는 부모님들을 보게도 되었습니다.

9학년제인 우리 학교에서 부모님들에게 이것은 아주 먼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하게 배우면서도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지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것을 공존시키기에 이미 극단적인 절대 시간의 경쟁 속으로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을 미루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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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의 그림은 과연 무엇일까요?

발도르프 교육을 받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책을 보면서, 조만간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어갈 이 세대가 힘 있게 서려면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상 최대의 입시 경쟁을 겪은 이 세대가 끌어갈 사회가 다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는 필시 깨어나 현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혁신할 수 있을 사람들의 출현을 고대해 보기도 합니다.

또한?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서 보다 주체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가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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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모님들께 다시 여쭈어요.

우리는 여기에 왜 있을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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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공부나눔은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백미경 선생님이 이어가 주실 거예요.

전체 1

  • 2020-10-28 21:56
    저도 인스타를 하고 있는데 광고가 나올 때마다 섬뜩할 때가 있어요^^; 선생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듭니다..현재 1-4학년 아이들에 해당한다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는 향후 이해와 파악이 어려운 새대가 될거라는데..솔직히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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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 2020.10.06 0 3338

우리 곁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작성자
김현주
작성일
2020-09-30 23:04
조회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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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일이 한가위입니다. 별다른 명절이지요.

한가위를 이렇게 고즈넉하게 맞게 되는 건 처음이네요.

저녁 나절에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하늘 위에도 맑고 높고 둥근 달이 떴어요.

유난히 한껏 고즈넉한 달입니다.

땅 위의 번잡함과는 다른 초연한 모습이 우리의 근원을 생각하게 하니 저도 모르게 차분해지네요.

?

고향에 가신 분들은 지금쯤에는 벌써 하루밤을 보내시고 부모님들과 해후를 하셨겠지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넉넉한 품에서?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는 중이겠구요.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소박한 저녁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올 추석은 모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고 양쪽 집에 제안했어요.

늘 손님으로 가는 저와는 다르게 상차림을 준비해야 하는 큰형님과 올케에게는 내심 반가운 제안이었던가 봅니다.

그러고 나니 저도 가뿐하고 명절 전날인데도 전혀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몇 일 전에 1차 벼베기까지 한 터라 피곤한 몸을 푹 쉴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 부모님들께 드린 약속대로 '공부 나눔' 첫 회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드디어 시작인데요,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저 최근에 제가 읽은 책과 생각을 편안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명절 피로의 일상에서 잠시 빠져 나올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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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밀레니얼 세대인 정지우씨가 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을 얼마 전에 재미있게 봤어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이니 여러 세대가 모이는 명절에 적절한 주제인 것도 같네요.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 많이 듣고 계시지요?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세대'에 대한 것이라서 읽게 된 책입니다.

예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세대론'에 주목하고 책까지 읽게 된 데에는,? 저 자신이 세대를 관망할 정도의 나이가 되어가면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거예요. 국가의 정해진 교육과정을 받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매일 모색하는 교사로서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 것인가, 아이들이 자라서 사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교육적 이상을 함께 실행해 나가는데? 모인 사람들,? 부모님들과 동료 교사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좋은 가치를 가진 교육을 발견해냈는데 이 교육이 지닌 이상을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을까,? 그것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은 어떻게 해야 튼튼하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겁니다. 이상을 함께 이루어가야 하는 주체는 사람들이고 사람에 대한 담론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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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아우른다. 흔히 세대론에서 세대 구별이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이러한 세대 규정은 그 폭이 제법 넓은 편이다." (본문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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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90년대생이 온다>를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간혹 90년대생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요. 때로는 그들이 직접 만든 방송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기도 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문화적인 것을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접하게 되기도 해요.

개인의 고유성을 '세대론'으로 모두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다르다는 느낌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였는지 이 책을 보고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니 밀레니얼 세대와의 잦은 접촉이 저에게 이 책을 잡게 한 계기가 되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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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발도르프 교육을 시작했던 때 학교의 문을 두드리셨던 부모님들은 저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저보다 더 많은 연령대 분들이셨죠.

학생 때 했던 고민들도 비슷했고 그래서 세상에서 새로운 교육을 펼쳐야겠다는 동기와 열정까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세월의 격차를 둔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계세요.

우리가? 협력하여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고,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즈음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고 그들이 우리 아이들의 사회적 선배들로 기반을 닦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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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자 정지우씨는 87년생이었어요.

저는 87년도에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요. 영화 '1987'의 주인공처럼 바로 그 해를 열렬한 대학 1학년생으로 보내고 몇년 후 졸업을 했을 때쯤에 '요즘 대학생들은 데모 안 한다. 도서관에 박혀 취업 준비하느라고? 바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졸업 후 이상과 현실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방황하고, 사회에서 나의 자리를 잡기 위해 이럭 저럭 모색을 하다가 육아와 함께 새로운 일에 착수하느라 다른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가 후배로서도 접하지 못했던 세대의 성장 과정과? 흐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됐어요.

"우리는 자기만의 꿈을 좇으라는 얘기를 귀가 아프게 듣고 자란 세대였다. 몇 번의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시대적인 불안이 폭발하듯 터져 나와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을 지켜줄 최후의 단어가 '꿈'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심지어 그저 안정적인 생존을 위한 직업을 얻고자 몰두하는 일도 '꿈을 좇는다'는 말로 포장해야 견딜 수 있었다......(중략)..... 하지만 그러한 꿈을 좇아야 할 삶, 꿈을 쫓아 마땅한 삶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심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우리가 속했던 현실은 모두가 참가하는 단 하나의 레이스, 획일화된 수험생활, 입시로 줄 세워 다양성을 증발시켜버리는 집단주의적이고 무차별적인 현실이었다. 역대 최고의 대학 입학률, 대부분의 또래가 뛰어든 단 하나의 무대, 그 속에서 꿈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저 먼 이상으로 떠나갔고, 뒤이어 최악의 청년실업률, 스펙 경쟁, '사오정'(45세가 정년)이니 88만원 세대니 하는 말들 속에서, 현실은 거대한 괴물처럼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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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젊은? 30대의 저자가 자기 세대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 참 솔직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는, 강박적으로 꿈을 강조하며 하고 싶은 것을 이루라는 말과 정반대에 서 있던 현실에 대한 불안의? 삶 속에서

'분열증적인 증세'를 겪은 세대로 스스로를 이야기하며 책의 서두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분열증의 특성으로 청년들이 환각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환각을 마주한다는 게 뭘까요?

"아무리 하루살이가 팍팍한 청년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도심에서 '호캉스'를 즐긴다. 평소에는 삼각김밥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일주일에 몇 번쯤은 손에 들고, 한 달에 한 번쯤은 '뜨는 동네'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 아늑한 공간에서 화려한 저녁을 즐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라도 명품 시계나 가방 하나는 갖고자 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에서 누리는 하루, 날씨 좋은 날의 여행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매년 증가하는 해외여행객의 절반 정도는 20대와 30대이고, 가격대가 만만치 않는 브런치 카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채우고 있는 것도 대부분 우리 세대의 청년들이다."

"우리는 소비자로 자랐고, 세상은 우리가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제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훌륭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어느 때건 즉각적으로 저 '행복의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든 육아든 그러한 이미지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거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의 '정점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 그 밖의 전통적인 관습들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소비의 정점인 상태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싱글의 삶이든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의 삶이든 비혼의 삶이든 상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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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보다는 이미지화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현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지요.

우리는 온종일 이미지에 시달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에 연관된 종류의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가 여지 없이 뜹니다.

여행지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검색한 다음에는 온갖 여행 상품들이 요란하게 나타나지요.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이미지에 매일 폭력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요. 그것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끝없이 우리에게 소비를 재촉합니다.

소비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주류에서 소외된다고 느끼게 하지요.

아이들과 옛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저마다 상상으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요.

이런 이미지들은 개별적이지도 창조적이지 않으며 자본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훈련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미디어 강국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본이 생산한 더 많은 이미지 안에서 불안과 소외를 봉인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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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인스타그램의 최대의 활용자들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셨을 줄로 압니다.

맞습니다.

당장의 소비로 우리의 상태를 직시할 수 없는 환각의 상태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절망이라는 것을 체험하지 않는 것이 아주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시대의 온갖 이미지들은 우리가 우리의 밑바닥을 체험하고 직시할 기회를 앗아가 버립니다.

그것은 곧 자기 인식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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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밀레니얼 세대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추어내면서 나누고자 하는 얘기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이 좋은 명절에 좀 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요,

직시하면서 알고 나야 그것을 넘어갈 수도 있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일 최고 권위의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에서 얼마 전 '소비 포기'운동을 표지 제목으로 하여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소비 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소비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82퍼센트를 넘는다고 해요.

독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소비할 때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합니다.

지구는 다음 세대인 미래 생명이 살아야 할 터전이므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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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교수의 다음 책에서도 아주 명쾌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비주의는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세요. 온통 소비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면적으로 지배되는 자본 독재 단계에 들어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해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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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헬조선'이란 말이 요즘은 좀 뜸하게 들리는 것 같은가요.

코로나를 잘 대응해 낸 나라로? 한국이 세계에서 모범된 모델이 되고 있어서인 듯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 세대는 미래가 불안한 듯 해요.

국민의 비율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바야흐로 완연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한국에서 일상화되어 버린 노인 자살의 첫번째 원인이 노인 빈곤문제라는 것입니다.

노인 자살 뿐만 아니라 청년 자살 비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아요.

10대에서 30대 사이 한국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의 순위에서도 20년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예요.

그 원인을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평등으로 분석하고 있는 논의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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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경제학과의 이강국 교수가 쓴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퍼센트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의 55퍼센트라고 합니다.

10퍼센트가 97.6퍼센트를 가지고 있고요, 나머지 90퍼센트가 2퍼센트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게 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사고에 압박이 가해집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안정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대학입학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입시에 매달립니다.

20세 직전의 모든 청년들이 똑같이 시험에 나오는 문항을 풀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기계처럼 풀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

유수한 대학이라는 곳 앞에 가까스로 줄을 서게 되지요.? 대학을 들어가고 나면 이미 진정한 학문은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리구요.

도태되지 않으려면 더 힘겨운 취업 준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경쟁에서 도태된 나머지 청년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요?

살인적인 경쟁,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적 질환을 일으키고, 이것이 청년 자살로 이어지는데

이것을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을 그렇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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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쓰다 보니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네요.

물론 이 책에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밀레니엄 세대가 가진 시대적 분열증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공부하거나 쉬면서 놀면서 공부를 하게 되면 성적이 나오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방법인 줄을 알지만 기계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며 무한경쟁의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아이들이 살고 있는 거죠.

?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꿈과 창의력을 강조하지만 도무지 상상력이란 것은 자라날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입시 제도가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고 환각적 소비에 하루하루를 살게 하는 주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이 세대에 대한 선배로서의 책임감과 비애감마저 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심하게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조금 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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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와 함께 발도르프 학교를 세우는 데 전력했던 부모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은 더 나아진 세상을 물려줘야 할텐데...."

제가 최근 10년간 신입생 입학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부모님들의 생각과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현재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이야말로 입시제도를 겪고 나서 그것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아시는 거죠.

적어도 줄세우기 경쟁에 내몰리는 학창시절이 '일상 행복의 감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에 대해 경험하신 세대이시잖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 가야하고 이웃에 함께 놀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우리 사회에는 어느덧 '소아우울증'이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김누리 교수는 이 말은 마치 '검은 눈사람'이라는 말처럼 어처구니 없이 모순된 말이라고 하네요.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놀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약탈하는 살인적인 경쟁체제 그것이 바로 우리 학교 바로 바깥에서 횡행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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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게 될 때 저는 속으로 반문하곤 했어요.

"그럼, 미래는 덜 행복해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아이가 대학을 못 가거나 경쟁에 뒤처지는 아이가 되어도 지금 행복하게 배운다면 정말 괜찮다는 말씀이세요?"

고학년이 되어 가면서 조금씩 좌불안석이 되어가며 학교 들어오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는 부모님들을 보게도 되었습니다.

9학년제인 우리 학교에서 부모님들에게 이것은 아주 먼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하게 배우면서도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지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것을 공존시키기에 이미 극단적인 절대 시간의 경쟁 속으로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을 미루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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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의 그림은 과연 무엇일까요?

발도르프 교육을 받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책을 보면서, 조만간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어갈 이 세대가 힘 있게 서려면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상 최대의 입시 경쟁을 겪은 이 세대가 끌어갈 사회가 다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는 필시 깨어나 현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혁신할 수 있을 사람들의 출현을 고대해 보기도 합니다.

또한?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서 보다 주체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가기를 바라 봅니다.

?

그래서 부모님들께 다시 여쭈어요.

우리는 여기에 왜 있을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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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공부나눔은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백미경 선생님이 이어가 주실 거예요.

전체 1

  • 2020-10-28 21:56
    저도 인스타를 하고 있는데 광고가 나올 때마다 섬뜩할 때가 있어요^^; 선생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듭니다..현재 1-4학년 아이들에 해당한다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는 향후 이해와 파악이 어려운 새대가 될거라는데..솔직히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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