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일반자료

소셜 딜레마

작성자
이근애
작성일
2020-11-01 19:13
조회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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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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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거대한 미디어의 물결, 그 물결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우리.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우리는 때로는 명확하게 이 거대한 물결의 모순과 그림자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뭉근한 느낌으로 이 물결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라는 질병을 통해서 사람과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그 멀어짐을 극복하고자 사회 곳곳에서는 SNS를 통해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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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우리는 갈등하게 되고,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발도르프 교육을 해나가며 우리가 겪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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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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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딜레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유튜브, 애플, 핀터레스트 등 내로라하는 플랫폼 사업 환경에서 근무한 초기 멤버, 개발자, 회장, 부사장, 수익 창출 이사, 개발 플랫폼 팀장 등의 인터뷰로 그 시작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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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러한 플랫폼이 세상에 알려지고, 플랫폼이 스스로 생명을 얻고 활동하고, 그 긍정성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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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던 사람들도 그러한 플랫폼에 ‘흑막’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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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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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가 시작과 동시에 인터뷰어들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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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플랫폼은 생명이 없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세상에 나오면 생명을 얻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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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집 전화기로 번호를 호출하면 나만의 작은 삐삐에 호출음이 울리는..

한동안 그 호출음과 진동을 기다리며 오지도 않는 숫자판을 자주 들여다보았었죠. 지금은 그런 일들이 감상적인 추억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휴대폰 하나로 친구들과 연결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됩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정보를 획득한 자’ 가 권력을 획득한다는 말이 난센스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정보에 다가갈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서로에게 연결되기 위해 우리는 핸드폰 속으로, 핸드폰 속에 있는 SNS의 세계로 빠져들어 갑니다. 그러면서 내 옆에 있는 ‘진짜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레베카라는 여학생에게 호감을 가진 남학생이 자신의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친구는 직접 가서 말을 걸라고 조언하죠. 그때 그들의 뒤편에 앉아 있던 레베카의 포스트가 업데이트되고 친구들은 대화를 멈추고 레베카의 사진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SNS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광고가 함께 올라오게 되죠.

이 일련의 과정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프로그래밍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래밍에서는 설득 기술이 들어갑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수의 기업에서 들었던 심리학의 강의를 진행했던 트리스탄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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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기술은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극단적으로 설계된 디자인입니다. 사용자가 특정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하려고 말이죠."

"새로 고침을 하면 새로운 게 제일 위에 뜰 겁니다. 새로 고침을 하면 또 달라지고요. 매번 말이죠. 심리학에서는 그걸 간헐적 정적 강화라고 합니다."

"언제 뜰지도 모르고 뭐가 뜰지도 모르는 게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과 완전히 똑같죠. 상품을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어서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겁니다. 아주 은밀하게 말이죠."

"책상 위의 스마트폰에 계속 눈이 가고 손이 가기 마련이에요. 재밌는 게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슬롯머신을 당겨 보는 거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디자인된 거예요."

?

그러고 보니 휴대폰을 위에서 아래로 드래그하는 것이 새로 고침이 슬롯머신과 닮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제가 그 슬롯머신의 레버를 누르며 제 마음에 꼭 맞는 상품을 위해 광고를 돌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진했던 한 때^^, 저는 제가 필요한 것이 광고로 뜨거나 제가 필요한 정보가 유튜브에 핫한 정보로 뜨는 것을 보면서 신기함을 느끼며 사람 사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다 똑같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나의 검색어와 성향을 파악한 프로그램들이 내가 더 오래 SNS에 머물며 광고를 보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것을 위해 더 자극적인 편향된 정보들이 윤리적 의식 없이 제공되고, 사람들의 감정을 격하게 만듭니다.

?

더 오랜 시간 SNS의 세계에 머물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생활을 포스트 합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상향 표준화된 삶을 위해 더 아름답게 꾸며진 삶과 나를 전시하게 됩니다. 꾸며진 삶을 보며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이 증가하게 시작했는데, 그로 인한 자해율은 10대 후반 소녀들의 경우 62% 증가하고, 10대 초반 소녀들의 경우는 189% 증가했다고 합니다. 자살률도 그만큼 늘어서 15세에서 19세 소녀들의 경우 2000년에서 2010년에 비해 70% 증가하였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10대 초반 소녀들의 자살률도 151% 증가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패턴이 소셜 미디어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것입니다. 1996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학생 때 SNS를 접하게 되고 그 영향력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울리지 않는 삐삐를 들여다보던 우리 세대와는 또 다른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때는 나의 전화번호에 ‘좋아요’가 달리지 않았을 때니까요. 아이들은 누가 볼지 알 수 없는 공간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게 됩니다, 그것은 마약과 같고,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에 사회의 관계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듯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깊이 장악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비평에 귀를 기울입니다. 사회적인 관계에 속에서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때로는 단 한 사람의 비평을 수용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포함한 몇 만 명의 비평, 5분 만에 한 번씩 울리는 사회적 인정과 비인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더 높은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혹은 우리들은 필터링 기술이 있는 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떤 내가 진짜일까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요.

몇 년 전에 기사를 읽을 적이 있습니다.

필터링 기술이 있는 앱을 사용한 아이들이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의 코와 눈을 닮고 싶어 성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필터링한 자신의 사진을 들고 와 성형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거부하고, 필터링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을 진짜 모습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냅챗 이형증’이라는 새로운 병명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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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이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소셜네트워크라는 세계 속에 정보라는 탈을 쓰고, 나를 더 오래 머물게 하고 광고를 팔고자 하는 은밀한 마수에 나도 모르게 잠식되고 있습니다. 그 세상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윤리도 도덕적 기준도 모호한 공간에서의 편향되고 무분별하게 밀려오는 정보가 큰 파도처럼 밀려와 고요하고 깊이 생각해야 할 ‘내’가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을 빼놓습니다.

그래서 삶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소외되었습니다. 모두가 정보에 다가갈 수 있지만, ‘진짜 정보’는 더 깊은 곳으로 감춰져, 그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진실된 노력’이 이전보다도 더 진중하고 치열하게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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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후반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들과 해결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자신들도 이런 모든 문제를 알고 있지만 울려오는 알람과 미디어에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아이들은 가능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발도르프 학교에 관한 기사를 읽었지만, 그 기사 속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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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보며 ‘모모’라는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모모에 적힌 구절로 제?글의 마지막 말을?대신하고자 합니다.

모모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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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회색 신사들은 사람이 아녜요?”

“아니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그럼 뭐예요?”

“실제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어디서 온 거예요?”

“그들은 사람들이 생겨날 기회를 주면 생겨난단다. 기회만 주어지면, 금세 생겨나는 게야.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을 좌지우지할 기회까지 주고 있어.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그들은 벌써 사람들을 좌지우지한단다.”

“만약 시간을 더 이상 훔칠 수 없게 되면요?”

“그럼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무로 돌아가야 하지.”

호라 박사는 모모에게서 안경을 벗겨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박사는 잠시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람들 가운데 그들을 돕는 협력자가 벌써 아주 많단다. 그 점이 나쁜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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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4

  • 2020-11-23 12:34
    의미있는 작품 추천과 함께 선생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2020-11-23 13:40
    아이들에게만 소셜미디어를 금지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어른들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이끌려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욱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0-11-23 14:29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소외되었습니다. 저희는 소외가 아닌 만남입니다
    모두가 함께 진실이라는 본질에 다가가는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학교....동림과 함께한다는것을 자랑스러운 선물이라 여기겠습니다

  • 2020-11-25 22:44
    '우린 인간적으로 상품들을 디자인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채취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하지 말 것도 말이죠. "세상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

    기업들이 이윤 추구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나는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다큐멘터리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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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 2020.10.06 0 3347

소셜 딜레마

작성자
이근애
작성일
2020-11-01 19:13
조회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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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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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거대한 미디어의 물결, 그 물결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우리.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우리는 때로는 명확하게 이 거대한 물결의 모순과 그림자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뭉근한 느낌으로 이 물결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라는 질병을 통해서 사람과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그 멀어짐을 극복하고자 사회 곳곳에서는 SNS를 통해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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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우리는 갈등하게 되고,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발도르프 교육을 해나가며 우리가 겪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

소셜 딜레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유튜브, 애플, 핀터레스트 등 내로라하는 플랫폼 사업 환경에서 근무한 초기 멤버, 개발자, 회장, 부사장, 수익 창출 이사, 개발 플랫폼 팀장 등의 인터뷰로 그 시작을 엽니다.

?

처음 이러한 플랫폼이 세상에 알려지고, 플랫폼이 스스로 생명을 얻고 활동하고, 그 긍정성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

인터뷰를 하던 사람들도 그러한 플랫폼에 ‘흑막’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

“무엇이 문제입니까?”

?

다큐멘터리가 시작과 동시에 인터뷰어들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

앞서 말했듯 플랫폼은 생명이 없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세상에 나오면 생명을 얻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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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집 전화기로 번호를 호출하면 나만의 작은 삐삐에 호출음이 울리는..

한동안 그 호출음과 진동을 기다리며 오지도 않는 숫자판을 자주 들여다보았었죠. 지금은 그런 일들이 감상적인 추억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휴대폰 하나로 친구들과 연결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됩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정보를 획득한 자’ 가 권력을 획득한다는 말이 난센스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정보에 다가갈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서로에게 연결되기 위해 우리는 핸드폰 속으로, 핸드폰 속에 있는 SNS의 세계로 빠져들어 갑니다. 그러면서 내 옆에 있는 ‘진짜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레베카라는 여학생에게 호감을 가진 남학생이 자신의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친구는 직접 가서 말을 걸라고 조언하죠. 그때 그들의 뒤편에 앉아 있던 레베카의 포스트가 업데이트되고 친구들은 대화를 멈추고 레베카의 사진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SNS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광고가 함께 올라오게 되죠.

이 일련의 과정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프로그래밍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래밍에서는 설득 기술이 들어갑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수의 기업에서 들었던 심리학의 강의를 진행했던 트리스탄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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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기술은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극단적으로 설계된 디자인입니다. 사용자가 특정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하려고 말이죠."

"새로 고침을 하면 새로운 게 제일 위에 뜰 겁니다. 새로 고침을 하면 또 달라지고요. 매번 말이죠. 심리학에서는 그걸 간헐적 정적 강화라고 합니다."

"언제 뜰지도 모르고 뭐가 뜰지도 모르는 게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과 완전히 똑같죠. 상품을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어서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겁니다. 아주 은밀하게 말이죠."

"책상 위의 스마트폰에 계속 눈이 가고 손이 가기 마련이에요. 재밌는 게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슬롯머신을 당겨 보는 거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디자인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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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휴대폰을 위에서 아래로 드래그하는 것이 새로 고침이 슬롯머신과 닮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제가 그 슬롯머신의 레버를 누르며 제 마음에 꼭 맞는 상품을 위해 광고를 돌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진했던 한 때^^, 저는 제가 필요한 것이 광고로 뜨거나 제가 필요한 정보가 유튜브에 핫한 정보로 뜨는 것을 보면서 신기함을 느끼며 사람 사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다 똑같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나의 검색어와 성향을 파악한 프로그램들이 내가 더 오래 SNS에 머물며 광고를 보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것을 위해 더 자극적인 편향된 정보들이 윤리적 의식 없이 제공되고, 사람들의 감정을 격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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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랜 시간 SNS의 세계에 머물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생활을 포스트 합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상향 표준화된 삶을 위해 더 아름답게 꾸며진 삶과 나를 전시하게 됩니다. 꾸며진 삶을 보며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이 증가하게 시작했는데, 그로 인한 자해율은 10대 후반 소녀들의 경우 62% 증가하고, 10대 초반 소녀들의 경우는 189% 증가했다고 합니다. 자살률도 그만큼 늘어서 15세에서 19세 소녀들의 경우 2000년에서 2010년에 비해 70% 증가하였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10대 초반 소녀들의 자살률도 151% 증가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패턴이 소셜 미디어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것입니다. 1996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학생 때 SNS를 접하게 되고 그 영향력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울리지 않는 삐삐를 들여다보던 우리 세대와는 또 다른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때는 나의 전화번호에 ‘좋아요’가 달리지 않았을 때니까요. 아이들은 누가 볼지 알 수 없는 공간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게 됩니다, 그것은 마약과 같고,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에 사회의 관계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듯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깊이 장악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비평에 귀를 기울입니다. 사회적인 관계에 속에서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때로는 단 한 사람의 비평을 수용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포함한 몇 만 명의 비평, 5분 만에 한 번씩 울리는 사회적 인정과 비인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더 높은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혹은 우리들은 필터링 기술이 있는 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떤 내가 진짜일까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요.

몇 년 전에 기사를 읽을 적이 있습니다.

필터링 기술이 있는 앱을 사용한 아이들이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의 코와 눈을 닮고 싶어 성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필터링한 자신의 사진을 들고 와 성형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거부하고, 필터링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을 진짜 모습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냅챗 이형증’이라는 새로운 병명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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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이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소셜네트워크라는 세계 속에 정보라는 탈을 쓰고, 나를 더 오래 머물게 하고 광고를 팔고자 하는 은밀한 마수에 나도 모르게 잠식되고 있습니다. 그 세상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윤리도 도덕적 기준도 모호한 공간에서의 편향되고 무분별하게 밀려오는 정보가 큰 파도처럼 밀려와 고요하고 깊이 생각해야 할 ‘내’가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을 빼놓습니다.

그래서 삶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소외되었습니다. 모두가 정보에 다가갈 수 있지만, ‘진짜 정보’는 더 깊은 곳으로 감춰져, 그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진실된 노력’이 이전보다도 더 진중하고 치열하게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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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후반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들과 해결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자신들도 이런 모든 문제를 알고 있지만 울려오는 알람과 미디어에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아이들은 가능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발도르프 학교에 관한 기사를 읽었지만, 그 기사 속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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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보며 ‘모모’라는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모모에 적힌 구절로 제?글의 마지막 말을?대신하고자 합니다.

모모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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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회색 신사들은 사람이 아녜요?”

“아니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그럼 뭐예요?”

“실제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어디서 온 거예요?”

“그들은 사람들이 생겨날 기회를 주면 생겨난단다. 기회만 주어지면, 금세 생겨나는 게야.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을 좌지우지할 기회까지 주고 있어.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그들은 벌써 사람들을 좌지우지한단다.”

“만약 시간을 더 이상 훔칠 수 없게 되면요?”

“그럼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무로 돌아가야 하지.”

호라 박사는 모모에게서 안경을 벗겨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박사는 잠시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람들 가운데 그들을 돕는 협력자가 벌써 아주 많단다. 그 점이 나쁜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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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4

  • 2020-11-23 12:34
    의미있는 작품 추천과 함께 선생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2020-11-23 13:40
    아이들에게만 소셜미디어를 금지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어른들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이끌려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욱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0-11-23 14:29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소외되었습니다. 저희는 소외가 아닌 만남입니다
    모두가 함께 진실이라는 본질에 다가가는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학교....동림과 함께한다는것을 자랑스러운 선물이라 여기겠습니다

  • 2020-11-25 22:44
    '우린 인간적으로 상품들을 디자인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채취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하지 말 것도 말이죠. "세상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

    기업들이 이윤 추구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나는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다큐멘터리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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