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일반자료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4) - 5학년, 돌고도는 8자, 무한대

교육소위
작성자
조은진(한승민)
작성일
2017-11-27 17:56
조회
1346

제7장


5학년의 사과 동산


돌고 도는 8자 ~ 렘니스케이트(무한대)


여름의 더위가 마침내 물러날 즈음, 가게 앞에서 초록 사과를 발견하면, 가슴 속에, 사악하고 북쪽 하늘이 펼쳐집니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아오이쿠루미모 후키토바세 (초록색 호두도 날려버려)


슷빠이카린모 후키토바세 (새콤한 모과도 날려버려)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미야자와 겐지


카제노마타사부로우(미야자와 겐지의 단편소설)의 노래가, 언뜻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과의 익은 정도는 아직 녹색 위에 빨간색을 걸쳐놓은 것 같지만 머지않아 새빨간 사과도 나오게 되겠지요. 밤이 으스스 추워질 무렵에는, 사과를 보글보글 졸이는 냄새가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대로의 사과 향기는 무엇보다도 상큼합니다.


5학년이 되어 내 앞에 서는, 오이리트미 옷을 입은 아이들은, 그런 사과의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손발은 늘씬하게 길어지고, 어깨에서 가슴에 걸쳐서 꽤 튼튼해 졌습니다. 이 한때를 지나면, 남자아이는 보다 남자 아이답게, 여자 아이는 보다 여자 아이다워 지기 전의, 거기에 멈출 수 없는 분기점입니다. 말과 태도에서는 친구끼리 「여자들이 어떻다는 둥」, 「남자들이 어떻다는 둥」이라고 서로 이야기합니다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둘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성」의 경계는 무너집니다.


쉬는 시간에, 슐레의 작은 뜰에 서 있는 나무 주위를 뛰어 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원에서 노는 그리스의 소년들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이 있다고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슈타이너가 건축사에 대한 강의 중에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새로운 옷과 아름다운 옷을 기뻐하는 것처럼, 그리스인들은 자신에게 몸이 있다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확실히, 그 아이들은, 자신의 체내를 돌아다니는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입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 모습은, ‘그리스의’ 라고 하기보다, 서늘한 들판을 뛰어다니는 만요(万葉)의 아이들 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릅니다만.


아니, 하지만 뜰의 나무 위에서는「여기 사과는(자신들) 아직 여물지 않았어요.」라고 하는 듯이, 마치 원숭이의 대장이나 되는 것처럼 몇 명이서 진을 치고 있는 남자아이들이 있습니다. 「저 아이들, 어쩔 수가 없군.」이라며 흘낏 바라보자마자, 갑자기 까불고 떠들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들이 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때로는 아직 어리다는 형용이 어울리는 남자아이들과, 자라는 걸 말리고 싶어질 정도의 여자 아이들, 학급 안에서 성장 정도나 템포는 다릅니다. 한그루의 나무에 열리는 사과도 모두 같이 달콤해지지 않아도 좋겠지요.


가을이 되면


과일은 모든 것 잊어버리고


황홀하게 여물어 가는 것 같다


「과일」야기 쥬키치


「가을의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계절의 빛과 대기와 흙과 호흡을 주고받고, 그 마음을 노래한 야기 쥬키치의 시입니다. 그의 언어는, 어느 것이나 「더이상 이것 밖에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긴장되어 있어서, 「모두 것을 잊어버리는 과일」을 감득하면서, 어딘가에서 「완전히 잊을 수 없는 자신」이 점멸하고 있습니다. 그것인 행간의 긴장을 높이고, 마지막 행에서 투명하게 비쳐보이게 됩니다.


이렇게나 깨어있는 감성은 어른인 이 시인의 천성입니다만, 5학년 아이들도 「모든 것을 잊고 황홀하게 여물어 가는」것은 아닙니다. 주위 세상에 눈 뜬 시선을 점점 뚜렷하게 하고, 하지만 때때로, 멀리 공상의 눈동자를 향하면서 자라납니다.


그들은, 곧게 서서 날씬하게 팔을 뻗고, 가슴 속에서 자신의 전체 모습을 인식할 수가 있습니다. 호흡도 조금씩 깊어집니다. 몸집은 어깨에서 가슴이 튼튼해지고, 잘록하게 상반신과 하반신의 구별이 생깁니다. 이제 오이리트미 옷에 허리띠를 해도 되겠다 싶은 아이들도 하나 둘씩 있습니다.


한 학급을 1학년부터 맡아서 5학년이 되면, 오이리트미의 여러 가지 형태의 움직임이 훨씬 순조롭게, 자명해지는 것을 교사는 봅니다. 한명 한명의 움직임이 학급 전체의 호흡과 서로 겹쳐지고 지금까지 배워 온 움직임의 요소가, 서로 짜여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자신 내면으로부터의 자각적인 움직임을 모색하고, 발전시키고자하고 있는 참입니다. 지금부터 잠시, 그런 상태가 이어지겠지요. 아이스러움과 발돋움한 어른스러움 양쪽의 표정을 보이면서,「소년의 나라」에서「청년의 나라」 사이에 걸쳐진 다리를 5학년은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길을 나아가는 5학년의 곁에 서서 움직임의 양식을 주는 것도, 실은 사과나무입니다.


사과를 세로로 반을 자르면 거기에 나타나는 모양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하나의 비밀이 있습니다. 축을 정 가운데로 해서 좌우에 씨의 침상, 그것을 둘러싼 심의 방, 그 바깥으로 과육이 넓게 있고, 얇은 껍질이 전체를 싸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심 부분을 둘러싼 곡선으로부터 바깥쪽의 껍질로 이어지는 커브를 덧그려 봅니다. 우선, 마주볼 때 오른쪽 심부분의 가장자리를 따라가고, 축 부분에서 껍질선 쪽으로 나와서 빙 돌아 아래까지 오면, 이번에는 왼쪽 심 부분으로, 그대로 왼쪽의 껍질선을 계속 따라서,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옵니다.


형태를 따라서 움직이는 손가락 끝에서, 사과의 모양을 만들고 있는 생명의 형성력이 전해져옵니다. 안쪽에는 다음 열매를 만들어내는 힘이 모여 종자가 되고, 바깥에는 과육이 펼쳐지고, 열매와 외계의 경계인 껍질은, 빛을 받아서 물이 듭니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두 개의 흐름이, 알맞게 맞버티면서, 둥근 한 덩어리가 됩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과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수평으로 옆으로 누운 8자를 양끝을 위쪽 방향이나 아래쪽 방향 중 어느 쪽인가로 점점 잡아당기듯이 변용시켜 가면 어느 순간에 사과의 안에 있는 것과 닮은 형태가 생깁니다. 오이리트미에서 「조화의 8자」, 혹은 8자 형태를 나타내는 그리스 어원을 써서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라고 불리는 형태입니다.


렘니스케이트라는 말은「영원히 사는 것」을 나타냅니다. 끊이지 않는 흐름이 한 점에서 교차하면서 돌기를 계속할 때, 렘니스케이트가 생깁니다. 교점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와 「저쪽에서 이쪽으로」의 두 방향이 움직임을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편을 짜거나 연결되거나 하는 여러 가지 변화를 갖는 렘니스케이트 중에서도, 이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는,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 안과 밖이 한 점을 중심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그려진 형태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자못 둥근 흐름이 전해져 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 움직여 보면, 멈춤이 없는 흐름에 들어가는 역동감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복수로 동시에 움직이면, 각각 다른 움직임의 프로세스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는 있는 것처럼, 전체가 부풀기도하고 오므라들기도 하면서, 따뜻한 빛이 주위에 퍼집니다. 움직이는 사람 중에는, 주변에의 알맞은 자각과, 흐름에 몸을 맡기는 꿈이 번갈아 뒤섞입니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 수가 짝수면 만나는 한 점 부분에서 항상 같은 상대와 만나게 되어,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무언가 인생의 만남과도 비슷한 움직임의 여행을 계속합니다.


이 형태의 움직임을 언제 아이들에게 도입할까...... 이런 궁리를 하면서 5학년의 모습을 보고 있는 오이리트미 교사는, 이때만은, 과일이 익는 상태를 헤아리려고 하는 과수원의 일하는 사람과 닮았습니다. 도쿄슈타이너 슐레는 한 학년 한 학급이기 때문에, 그해에 따라서 늦거나 빠르거나 합니다만, 대개는 여름이 지나면, 안과 밖이 엇갈리는 이 형태를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그래도 어떤 해는, 가을이 깊어졌는데도 열매가 말랑해지는 낌새가 전혀 없어서 마음을 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학급은, 모두가 고분고분하게 움직이지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의욕보다도 하나로 모이는 안정된 편을 좋아한다고나 할까, 나의 지시를 기다리기만 하는 자세를 좀체 벗지 못했습니다. 모두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원칙적으로 앉는 일이 없는 오이리트미 교실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선생님, 오늘은 끝날 때 이야기해 주세요.」「와, 듣고 싶어.」「이야기, 이야기.」라고, 둥글게 모여서 기분 좋게 있고 싶어 합니다. 편안하고 한가롭기는 합니다만, 나로서는 맥이 빠져서 때로는, 「여러분, 도대체 몇 살이에요, 자, 좀 더 움직이세요.」라고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설교 같이, 한마디쯤 말하고 싶은 심경이 되었습니다.


「조화의 렘니스케이트」와 같은 형태는, 움직임의 호흡과 법칙을 자신 내면에서부터 파악하려고 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안과 밖이 서로 바뀌는 지점에서, 아이들이 몇 명이나 「모르겠어요.」라고 멈춰서버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시기를 놓친 채로, 마침내 2학기도 중반이 되고 말았습니다.


천천히 익힌다, 그것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절로 몸에 갖추어진 템포에 더해서, 이대로 모두 함께 잎 그늘에 모여 있어서는, 열매의 속까지 익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교육의 커리큘럼이란, 아이의 상황을 보면서 주는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그 시기에 필요불가결한 양식이어야 합니다. 어떻게 도입할지는 거기서 만나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커리큘럼의 내용과 그 시기를, 아이들의 상황여하에 따라 바꾸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단락적이겠지요. 여기가, 「상황을 잘 본다.」는 것과「상황에 져서 영합한다.」와의 아슬아슬한 경계입니다. 나는 나무의 가지 끝을 보는 나머지, 풍부한 생명을 키우는 든든한 줄기를 잊어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다지,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할까, 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쨌든 형태 그 자체를, 확, 체험해보자, 라고 나는 정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다음 수업에서, 나는 도입 연습이 끝나자, 앞을 향하고 원을 만든 아이들의 한 가운데에, 학급의 한 명을 서게 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에는 원의 한가운데에 있다가, 그때부터, 천천히 조금씩 뒤쪽으로 이동합니다. 주위의 아이들은, 좌우로부터 두 사람씩, 원의 뒤쪽으로 이동한 움직임의 중심을 지키듯이 부풀려지고, 또 오므라들고, 거기에서 바깥으로 넓어져서 뒤쪽으로 갑니다. 안과 밖의 길에 한 바퀴 흐름이 지나가면,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는 해소되어 다시 원으로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가운데 아이는 원의 중심보다 앞쪽으로 이동하고, 중심이 옮겨진데 따라서, 렘니스케이트의 흐름도 아까와는 전후의 방향이 반대가 됩니다. 이 흐름도 마지막에는 원으로 돌아와 끝이 납니다.


원에서 렘니스케이트의 변용을 반복하고, 정과 동이 차례차례 겹쳐지는 이 방법은, 움직이고 나서 잠시 앉고 싶어 하고, 일을 하고 나서 잠깐 쉬고 싶어 하는 학급의 성격과도 잘 맞았습니다. 움직임과 함께하는 곡도, 온화한 바로크기의 곡을 골라서 해 보았더니, 움직임의 작품으로써 꽤 맛깔나게 되었습니다.


매시간 반복해서 연습하고는, 조금씩 비스듬하게 흘러가도록 해 갑니다. 자신이 안쪽에 있는 것인지 바깥쪽에 있는 것인지 도중에 알 수가 없게 되어서, 좀 당황스러운 기미를 보이던 아이도, 수업이 끝나자 스스로 나서서, 나와 둘이서 잘 될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움직이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뿐만 아니라, 몸매까지도 둥글게 여문 것처럼 보이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 렘니스케이트의 움직임 그 자체가, 모두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슈타이너 교육의 커리큘럼이란, 눈앞에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교사가 항상 거기에 되돌아가게 되는 줄기, 혹은 기둥과 같은 것, 그 내용 자체가, 아이를 건강하게 하는 양식임을 실감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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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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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5학년의 사과 동산


돌고 도는 8자 ~ 렘니스케이트(무한대)


여름의 더위가 마침내 물러날 즈음, 가게 앞에서 초록 사과를 발견하면, 가슴 속에, 사악하고 북쪽 하늘이 펼쳐집니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아오이쿠루미모 후키토바세 (초록색 호두도 날려버려)


슷빠이카린모 후키토바세 (새콤한 모과도 날려버려)


돗도도 도도우도 도도우도 도도우


미야자와 겐지


카제노마타사부로우(미야자와 겐지의 단편소설)의 노래가, 언뜻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과의 익은 정도는 아직 녹색 위에 빨간색을 걸쳐놓은 것 같지만 머지않아 새빨간 사과도 나오게 되겠지요. 밤이 으스스 추워질 무렵에는, 사과를 보글보글 졸이는 냄새가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대로의 사과 향기는 무엇보다도 상큼합니다.


5학년이 되어 내 앞에 서는, 오이리트미 옷을 입은 아이들은, 그런 사과의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손발은 늘씬하게 길어지고, 어깨에서 가슴에 걸쳐서 꽤 튼튼해 졌습니다. 이 한때를 지나면, 남자아이는 보다 남자 아이답게, 여자 아이는 보다 여자 아이다워 지기 전의, 거기에 멈출 수 없는 분기점입니다. 말과 태도에서는 친구끼리 「여자들이 어떻다는 둥」, 「남자들이 어떻다는 둥」이라고 서로 이야기합니다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둘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성」의 경계는 무너집니다.


쉬는 시간에, 슐레의 작은 뜰에 서 있는 나무 주위를 뛰어 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원에서 노는 그리스의 소년들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이 있다고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슈타이너가 건축사에 대한 강의 중에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새로운 옷과 아름다운 옷을 기뻐하는 것처럼, 그리스인들은 자신에게 몸이 있다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확실히, 그 아이들은, 자신의 체내를 돌아다니는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입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 모습은, ‘그리스의’ 라고 하기보다, 서늘한 들판을 뛰어다니는 만요(万葉)의 아이들 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릅니다만.


아니, 하지만 뜰의 나무 위에서는「여기 사과는(자신들) 아직 여물지 않았어요.」라고 하는 듯이, 마치 원숭이의 대장이나 되는 것처럼 몇 명이서 진을 치고 있는 남자아이들이 있습니다. 「저 아이들, 어쩔 수가 없군.」이라며 흘낏 바라보자마자, 갑자기 까불고 떠들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들이 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때로는 아직 어리다는 형용이 어울리는 남자아이들과, 자라는 걸 말리고 싶어질 정도의 여자 아이들, 학급 안에서 성장 정도나 템포는 다릅니다. 한그루의 나무에 열리는 사과도 모두 같이 달콤해지지 않아도 좋겠지요.


가을이 되면


과일은 모든 것 잊어버리고


황홀하게 여물어 가는 것 같다


「과일」야기 쥬키치


「가을의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계절의 빛과 대기와 흙과 호흡을 주고받고, 그 마음을 노래한 야기 쥬키치의 시입니다. 그의 언어는, 어느 것이나 「더이상 이것 밖에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긴장되어 있어서, 「모두 것을 잊어버리는 과일」을 감득하면서, 어딘가에서 「완전히 잊을 수 없는 자신」이 점멸하고 있습니다. 그것인 행간의 긴장을 높이고, 마지막 행에서 투명하게 비쳐보이게 됩니다.


이렇게나 깨어있는 감성은 어른인 이 시인의 천성입니다만, 5학년 아이들도 「모든 것을 잊고 황홀하게 여물어 가는」것은 아닙니다. 주위 세상에 눈 뜬 시선을 점점 뚜렷하게 하고, 하지만 때때로, 멀리 공상의 눈동자를 향하면서 자라납니다.


그들은, 곧게 서서 날씬하게 팔을 뻗고, 가슴 속에서 자신의 전체 모습을 인식할 수가 있습니다. 호흡도 조금씩 깊어집니다. 몸집은 어깨에서 가슴이 튼튼해지고, 잘록하게 상반신과 하반신의 구별이 생깁니다. 이제 오이리트미 옷에 허리띠를 해도 되겠다 싶은 아이들도 하나 둘씩 있습니다.


한 학급을 1학년부터 맡아서 5학년이 되면, 오이리트미의 여러 가지 형태의 움직임이 훨씬 순조롭게, 자명해지는 것을 교사는 봅니다. 한명 한명의 움직임이 학급 전체의 호흡과 서로 겹쳐지고 지금까지 배워 온 움직임의 요소가, 서로 짜여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자신 내면으로부터의 자각적인 움직임을 모색하고, 발전시키고자하고 있는 참입니다. 지금부터 잠시, 그런 상태가 이어지겠지요. 아이스러움과 발돋움한 어른스러움 양쪽의 표정을 보이면서,「소년의 나라」에서「청년의 나라」 사이에 걸쳐진 다리를 5학년은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길을 나아가는 5학년의 곁에 서서 움직임의 양식을 주는 것도, 실은 사과나무입니다.


사과를 세로로 반을 자르면 거기에 나타나는 모양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하나의 비밀이 있습니다. 축을 정 가운데로 해서 좌우에 씨의 침상, 그것을 둘러싼 심의 방, 그 바깥으로 과육이 넓게 있고, 얇은 껍질이 전체를 싸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심 부분을 둘러싼 곡선으로부터 바깥쪽의 껍질로 이어지는 커브를 덧그려 봅니다. 우선, 마주볼 때 오른쪽 심부분의 가장자리를 따라가고, 축 부분에서 껍질선 쪽으로 나와서 빙 돌아 아래까지 오면, 이번에는 왼쪽 심 부분으로, 그대로 왼쪽의 껍질선을 계속 따라서,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옵니다.


형태를 따라서 움직이는 손가락 끝에서, 사과의 모양을 만들고 있는 생명의 형성력이 전해져옵니다. 안쪽에는 다음 열매를 만들어내는 힘이 모여 종자가 되고, 바깥에는 과육이 펼쳐지고, 열매와 외계의 경계인 껍질은, 빛을 받아서 물이 듭니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두 개의 흐름이, 알맞게 맞버티면서, 둥근 한 덩어리가 됩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과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수평으로 옆으로 누운 8자를 양끝을 위쪽 방향이나 아래쪽 방향 중 어느 쪽인가로 점점 잡아당기듯이 변용시켜 가면 어느 순간에 사과의 안에 있는 것과 닮은 형태가 생깁니다. 오이리트미에서 「조화의 8자」, 혹은 8자 형태를 나타내는 그리스 어원을 써서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라고 불리는 형태입니다.


렘니스케이트라는 말은「영원히 사는 것」을 나타냅니다. 끊이지 않는 흐름이 한 점에서 교차하면서 돌기를 계속할 때, 렘니스케이트가 생깁니다. 교점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와 「저쪽에서 이쪽으로」의 두 방향이 움직임을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편을 짜거나 연결되거나 하는 여러 가지 변화를 갖는 렘니스케이트 중에서도, 이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는,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 안과 밖이 한 점을 중심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그려진 형태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자못 둥근 흐름이 전해져 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 움직여 보면, 멈춤이 없는 흐름에 들어가는 역동감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복수로 동시에 움직이면, 각각 다른 움직임의 프로세스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는 있는 것처럼, 전체가 부풀기도하고 오므라들기도 하면서, 따뜻한 빛이 주위에 퍼집니다. 움직이는 사람 중에는, 주변에의 알맞은 자각과, 흐름에 몸을 맡기는 꿈이 번갈아 뒤섞입니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 수가 짝수면 만나는 한 점 부분에서 항상 같은 상대와 만나게 되어,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무언가 인생의 만남과도 비슷한 움직임의 여행을 계속합니다.


이 형태의 움직임을 언제 아이들에게 도입할까...... 이런 궁리를 하면서 5학년의 모습을 보고 있는 오이리트미 교사는, 이때만은, 과일이 익는 상태를 헤아리려고 하는 과수원의 일하는 사람과 닮았습니다. 도쿄슈타이너 슐레는 한 학년 한 학급이기 때문에, 그해에 따라서 늦거나 빠르거나 합니다만, 대개는 여름이 지나면, 안과 밖이 엇갈리는 이 형태를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그래도 어떤 해는, 가을이 깊어졌는데도 열매가 말랑해지는 낌새가 전혀 없어서 마음을 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학급은, 모두가 고분고분하게 움직이지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의욕보다도 하나로 모이는 안정된 편을 좋아한다고나 할까, 나의 지시를 기다리기만 하는 자세를 좀체 벗지 못했습니다. 모두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원칙적으로 앉는 일이 없는 오이리트미 교실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선생님, 오늘은 끝날 때 이야기해 주세요.」「와, 듣고 싶어.」「이야기, 이야기.」라고, 둥글게 모여서 기분 좋게 있고 싶어 합니다. 편안하고 한가롭기는 합니다만, 나로서는 맥이 빠져서 때로는, 「여러분, 도대체 몇 살이에요, 자, 좀 더 움직이세요.」라고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설교 같이, 한마디쯤 말하고 싶은 심경이 되었습니다.


「조화의 렘니스케이트」와 같은 형태는, 움직임의 호흡과 법칙을 자신 내면에서부터 파악하려고 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안과 밖이 서로 바뀌는 지점에서, 아이들이 몇 명이나 「모르겠어요.」라고 멈춰서버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시기를 놓친 채로, 마침내 2학기도 중반이 되고 말았습니다.


천천히 익힌다, 그것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절로 몸에 갖추어진 템포에 더해서, 이대로 모두 함께 잎 그늘에 모여 있어서는, 열매의 속까지 익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교육의 커리큘럼이란, 아이의 상황을 보면서 주는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그 시기에 필요불가결한 양식이어야 합니다. 어떻게 도입할지는 거기서 만나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커리큘럼의 내용과 그 시기를, 아이들의 상황여하에 따라 바꾸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단락적이겠지요. 여기가, 「상황을 잘 본다.」는 것과「상황에 져서 영합한다.」와의 아슬아슬한 경계입니다. 나는 나무의 가지 끝을 보는 나머지, 풍부한 생명을 키우는 든든한 줄기를 잊어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다지,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할까, 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쨌든 형태 그 자체를, 확, 체험해보자, 라고 나는 정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다음 수업에서, 나는 도입 연습이 끝나자, 앞을 향하고 원을 만든 아이들의 한 가운데에, 학급의 한 명을 서게 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에는 원의 한가운데에 있다가, 그때부터, 천천히 조금씩 뒤쪽으로 이동합니다. 주위의 아이들은, 좌우로부터 두 사람씩, 원의 뒤쪽으로 이동한 움직임의 중심을 지키듯이 부풀려지고, 또 오므라들고, 거기에서 바깥으로 넓어져서 뒤쪽으로 갑니다. 안과 밖의 길에 한 바퀴 흐름이 지나가면, 「조화의 렘니스케이트」는 해소되어 다시 원으로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가운데 아이는 원의 중심보다 앞쪽으로 이동하고, 중심이 옮겨진데 따라서, 렘니스케이트의 흐름도 아까와는 전후의 방향이 반대가 됩니다. 이 흐름도 마지막에는 원으로 돌아와 끝이 납니다.


원에서 렘니스케이트의 변용을 반복하고, 정과 동이 차례차례 겹쳐지는 이 방법은, 움직이고 나서 잠시 앉고 싶어 하고, 일을 하고 나서 잠깐 쉬고 싶어 하는 학급의 성격과도 잘 맞았습니다. 움직임과 함께하는 곡도, 온화한 바로크기의 곡을 골라서 해 보았더니, 움직임의 작품으로써 꽤 맛깔나게 되었습니다.


매시간 반복해서 연습하고는, 조금씩 비스듬하게 흘러가도록 해 갑니다. 자신이 안쪽에 있는 것인지 바깥쪽에 있는 것인지 도중에 알 수가 없게 되어서, 좀 당황스러운 기미를 보이던 아이도, 수업이 끝나자 스스로 나서서, 나와 둘이서 잘 될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움직이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뿐만 아니라, 몸매까지도 둥글게 여문 것처럼 보이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 렘니스케이트의 움직임 그 자체가, 모두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슈타이너 교육의 커리큘럼이란, 눈앞에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교사가 항상 거기에 되돌아가게 되는 줄기, 혹은 기둥과 같은 것, 그 내용 자체가, 아이를 건강하게 하는 양식임을 실감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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