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일반자료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6) - 6학년,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교육소위
작성자
조은진(한승민)
작성일
2017-12-12 18:05
조회
1266

제8장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가끔, 일이 있어 지방에 갈 때가 있습니다.


평소의 바쁨과는 다른 템포 속에 몸을 두고, 밤에 숙소의 창문으로, 먹빛 어둠 멀리, 집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 안이 조용해집니다.


실제로 집 가까이에 가면 텔레비전 소리라던가, 어쩌면 말다툼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은, 소음을 가라앉히고, 평화로운 생각을 가슴속에 자아냅니다.


평소에 지내는 도쿄의 집에서는 밤에 창문 밖 거리의 원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 안에서는 전화도 울리고, 분주한 일과 가사의 여운이 꼬리를 끕니다. 그래도, 졸음에 지기 전 한때,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아볼 수가 있으면, 하루에 일어난 일, 거기에 동반해서 일어난 생각이, 도달해야할 곳을 찾아 평온해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되돌아본다」는 것은, 마치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으로 원경을 보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서 미치게 합니다.


조각가가 나뭇조각과 돌덩어리로부터 형태를 파내 가듯이, 혹은 아이들이 개울에서 주운 조약돌의 진흙이나 이끼를 닦아내고, 「이것 봐, 이렇게 예쁜 돌이야」라고 보여줄 때처럼, 깎아 버려야할 부분을 없앤, 사물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경과는 우리가 그런 시점을 갖는 것을 쉽게 해줍니다. 그렇지만, 목하 진행 중인 사건의 한 가운에 있어도, 좀 더 위쪽에서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이런저런 생각이, 지금, 나의 내면에서부터 떠오릅니다. 생각은 다다를 곳을 추구하며 행위를 낳습니다. 행위에 의해서 가득 채워진 기분은 일단 안정됩니다만, 다시 곧 새로운 마음의 움직임이 생깁니다. 그런 작은 마음의 지류가 서로 연결되거나 합쳐지거나 하면서 살아가는 방향이 만들어져 갑니다.


여러 가지 일을 행하고 체험하고, 다다라야 할 곳에 도착해서 평온해진다......그것은 마치, 몇 개인가의 음이 울려 퍼진 후에 카덴차(악곡을 끝내게 하는 화음들의 결합)를 찾아내는 때와 같습니다. 모든 음악의 울림은, 마음의 체험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음악가에게 있어서 그것은 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만, 음악가가 아닌 나는, 오이리트미를 통해서 슈타이너의 음악관·교육관에 접하는 것으로, 사람과 음악과의 연결에 대해 많은 신선한 발견을 했습니다.


슈타이너의 음악관에서는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들리는 음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부분에 있다, 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쉼표 부분...... 음이 사라져가는 곳입니다. 또, 음과 음사이의 음정입니다. 음보다도, 음과 음의 사이에서야말로, 음악은 생생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 음 뒤에 미가 울렸다면, 도 음이 미로 변해가는 3도의 음정 사이에, 우리의 마음은 음악과 함께 움직이고, 어떤 기분을 체험합니다. 도와 레의 사이, 또 도와 파, 도와 솔......의 사이에는, 또 다른 마음의 체험이 있습니다.


하루의 웅성거림과, 기분의 변화와 갈등이, 진정되고 편안해져 가는 것은, 음악체험으로는 무엇에 해당할까요? 도에서 시작된 음계가, 다른 단계를 빠져나가, 7단 째, 가장 긴장이 높아지는 7도의 음정을 거쳐 옥타브에 다다르는, 그 옥타브 체험과도 닮지 않았나요?


슈타이너는, 옥타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은 일단 음을 발하면, 언제까지나 같은 음만을 계속 낼 수는 없습니다. 음에 의해서 충족되고 편안해질 때까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것은 제1음에서 옥타브에 이르는 것과 같은 도정입니다. 손을 뻗어서 원하는 대상에 닿는 것과 같은 식으로, 제1음에서 옥타브에 다다를 때 옥타브는 제1음을 향해서 내려와, 제1음과 이어집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도라고 하는 제1음에 머물 수 없고, 질문을 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도중에 크게 숨을 쉬거나, 후유하고 안심하거나 하면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7단 째의 음, 시 부분에서, 제1음인 도와의 사이는 7도 음정이 되어 긴장이 더 이상 계속되면 사방에 흩날릴 것처럼 될 정도로 긴장합니다. 하지만 그 찰나, 그때까지의 간절한 물음에 대한 답이 위에서 내려옵니다. 이쪽이 손을 뻗어서 닿는 것과, 상대편에서 찾아오는 것이 동시입니다.


지상에서 체험하는 사건의 하나하나가 다른 울림을 내고 있다고 한다면, 각각의 울림은, 도달할 곳을 추구하며 차례차례로 변용하고, 호응하는 「천상의 옥타브」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듯이도 생각되어 집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책무, 거기에 동반해서 마음에 일어나는 기쁨, 분노, 의심, 슬픔, 즐거움, 괴로움...... 그것들이 길에 떨어진 자질구레한 물건처럼 내버려져서 닳아 없어질지, 그렇지 않으면 그 중의 단 하나라도, 건져져서 일상을 넘는 깊이, 혹은 빛남을 획득할지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울리게 하고, 게다가 울림의 행방을 알아듣고 잘 이해하는 지에 따르는 것이겠지요.


미움을 가슴에 품어서


그것이 꽃이 되었다면


제단에 바치자


오무라 이찌로우씨의 『기도』라고 하는 책 속에 「야기 쥬키치였나, 이런 시를 어디선가 봤다.」라고, 이 삼행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시인이란, 자신의 생명의 한 조각을 잘라내어 언어로 결정지어 우리에게 선물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짧은 삼행 사이에, 처음에「미움」이었던 생각의, 옥타브에의 도달과정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슐레를 시작할 무렵에는, 각 학년이 열 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학급이었습니다. 입학 때 학급 아이들이 열 명이 모인 것은, 7년의 시간을 거쳐 8기생 때 부터입니다.


나는 이 학급의 오이리트미를 1학년부터 계속 맡아서,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변해가는 오이리트미의 커리큘럼이, 자신 속에서 상을 연결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열 명이면 학급으로서의 움직임의 모임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학급과의 만남이, 그때까지의 아이들과 했던 체험의 가느다란 실을 하나로 꼬아 시간의 날실과 서로 붙여서, 자라는 아이의 내면에서, 오이리트미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를 나타낸 것입니다.


분명 담임교사도, 한 바퀴를 돌고서야 비로소, 아이의 살아있는 모습과 교육내용이 하나로 연결되어 갈 거라고, 나는 자신의 체험으로 짐작합니다. 원래대로라면 8년간 계속해서 담당하는 담임교사에게 부담되는 과제의 무게는, 그대로「운명의 무게」라도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오이리트미교사도, 그 일의 부드러운 것 같고 가벼운 것 같은 외견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여겨지고 있지 않지만, 온 심신에 부담되는 상당한 중노동입니다. 전 학년의 필수과목이므로, 동시에 학교전체의 아이들을 상대로 합니다. 항상, 학교의 중심에 오이리트미가 숨 쉬고 있는 것처럼 지키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담임과 아이들, 또 학급 전체와의 사이를 연결하는 유대감의 깊이를 보면, 「나는 담임을 한다면, 몸이 못 견딜거야.」라고 소리 지르고 싶어집니다.


여하튼, 이 8기생과의 세월은, 리듬이 있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와, 나를 앞의 단계로 전진시켜 주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오이리트미를 좋아했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특히 좋아한 몇 명인가의 여자 아이들에게 이끌려, 남자아이들이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나간 것도, 6학년이 되어서도 실컷 움직일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이겠지요. 여자아이들의 수가 많고, 5, 6학년이라도 되면 성장이 빠른 여자아이에게 압도당한 것 같은 남자아이들이, 의외로 순순히 자기다움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슐레에는 내외부로부터 손님이 있어서, 수업을 견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 학급의 오이리트미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잘 움직인다, 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어렸을 때 유희, 춤 같은 것은 싫었지만, 오이리트미는 유희와는 전혀 다르네요. 모두 진지하게, 그러면서 즐거운 듯이 움직이고 있군요.」


또, 6학년 1학기에 방문해 주신 독일 슈타이너 학교의 음악교사도, 「오이리트미가 어린이들 속에 잘 들어가 있네요. 훌륭해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교사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접하면, 칭찬 받는 것은 아이들이고, 내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기뻐하고 있는 자신을 바보 같다고 자각하면서, 그 기쁨을 요약해 보면, 아이들과 함께 오이리트미의 훌륭함을 맛볼 수가 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역시 기쁜 것입니다.


단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유아와 1, 2학년,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3, 4학년들과도 달리, 6학년이 되면, 과연 그때까지 쌓아 온 것이 나타납니다. 말의 울림과 구조, 음악의 요소가 매끄럽게 동작과 공간 속의 형태로 이행해가는 신속함은 교사가 보더라도 기분이 좋습니다.


한편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사춘기로 향하는 심신의 잇따른 변화에의 예감을 품고, 엉클어진 털실뭉치와 놀거나 격투를 하거나 하는 고양이나 어린 표범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외따로 있거나 합니다. 수업에 쑥 들어오면서도 거기서 비어져 나오려고도 합니다.


어른과, 친구들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사이에도, 새로운 관계가 슬슬 필요합니다. 교사와도 지금까지와는 어딘가 다른 「대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오이리트미를 하는 강당에도, 지금까지처럼 나란히 들어오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틈을 노립니다.


다음 시간에 6학년 오이리트미를 앞두고, 내가 강당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아직 시작까지 5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복도에 탁탁, 아기사슴처럼 놀고 싶은 마음을 담은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또 왔구나--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머지않아,「아하하」하며 함박 웃는 얼굴이 들여다보고는, 휙 하니 교실에 들어옵니다.「옷을 갈아입는 게 너무 빠르지 않아?」「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더니, 내 주위를 도약하면서 뛰어 돌아다니며, 「선생님, 오늘, 그 뛰는 곡 하나요? 이런, 엄청 재미있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머리카락을 흔들며 돌아다닙니다.


곧이어, 또 한명이 괜찮을까? 라는 얼굴을 하면서도 살짝 강당에 미끄러져 들어와, 수업 전의「춤」에 합류합니다.


마침내, 전원이 옵니다. 조용히 들어오는 아이, 비틀린 모양으로 허리부터 위쪽을 꼬고 있는 아이, 불어난 체중을 「어떻게 해 준다」고 몸 전체로 말이라도 하듯이,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서 발소리를 울리며 오는 아이, 적극적으로 나에게 접근해 오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어딘가 「오늘의 나는 이렇다」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모습입니다. 「자기한테는 이미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의 영역이 있다」라는 포즈를 보이고 있는 아이조차 그렇습니다. 모두 「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제대로 마주 대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떤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현재와 미래에 품고 있는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나도 알고 싶습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당은, 오이리트미의 물을 가득 채운 수역과 같습니다. 어디까지, 어떻게 헤엄치면 좋을지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을 향해 벌린 교사의 양팔입니다. 거기에서 즐기면서도, 때때로 「물고기들」은, 나의 팔에 팍하고 물보라를 뒤집어씌우기도 하고, 쿵하고 부딪쳐오기도 합니다. 다소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이들 쪽도 내 쪽도 서로 그것을 즐깁니다.


그때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기분이 바탕에 있어야 비로소, 이 연령의 아이들과 교사의 마음이 원활히 교류할 수 있습니다. 진지함 속에도, 유머가 필요합니다. 물론 여유와 유머는 언제든지 중요합니다만, 사춘기 전 무렵부터는 특히 필요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한바탕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았으면,「자, 시작합니다. 다섯 번의 울림에서, 교실 가운데 모여.」라고 말하고, 피아노 담당 교사에게 다섯 개의 화음을 연주해 달라고 합니다. 첫 번째 음이 들리면, 참새들의 합창 같았던 떠들썩함은 가라앉고, 모두 재빨리 원을 만듭니다.

전체 0

전체 5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7
[교육소위] 마리아 툰의 천체에너지 재배법 (2)
조은진(한승민) | 2018.03.19 | 추천 1 | 조회 1326
조은진(한승민) 2018.03.19 1 1326
26
[교육소위] 마리아툰의 천체에너지 재배법 (1)
조은진(한승민) | 2018.03.05 | 추천 0 | 조회 1332
조은진(한승민) 2018.03.05 0 1332
25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7) - 6학년, 옥타브의 울림
조은진(한승민) | 2017.12.26 | 추천 -3 | 조회 1246
조은진(한승민) 2017.12.26 -3 1246
24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6) - 6학년,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조은진(한승민) | 2017.12.12 | 추천 -4 | 조회 1266
조은진(한승민) 2017.12.12 -4 1266
23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5) - 5학년, 사과 속의 별
조은진(한승민) | 2017.12.05 | 추천 -2 | 조회 1470
조은진(한승민) 2017.12.05 -2 1470
22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4) - 5학년, 돌고도는 8자, 무한대
조은진(한승민) | 2017.11.27 | 추천 -3 | 조회 1363
조은진(한승민) 2017.11.27 -3 1363
21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3) - 4학년, 사고와 의지의 조화
조은진(한승민) | 2017.11.06 | 추천 -3 | 조회 1344
조은진(한승민) 2017.11.06 -3 1344
20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2) - 4학년, 형태를 이루는 세상
조은진(한승민) | 2017.10.23 | 추천 -3 | 조회 1201
조은진(한승민) 2017.10.23 -3 1201
19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1) - 4학년, 그 아이의 색깔
조은진(한승민) | 2017.10.20 | 추천 -3 | 조회 1389
조은진(한승민) 2017.10.20 -3 1389
18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0) - 3학년, 세상의 시작
조은진(한승민) | 2017.10.20 | 추천 -4 | 조회 1026
조은진(한승민) 2017.10.20 -4 1026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6) - 6학년,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교육소위
작성자
조은진(한승민)
작성일
2017-12-12 18:05
조회
1266

제8장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가끔, 일이 있어 지방에 갈 때가 있습니다.


평소의 바쁨과는 다른 템포 속에 몸을 두고, 밤에 숙소의 창문으로, 먹빛 어둠 멀리, 집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 안이 조용해집니다.


실제로 집 가까이에 가면 텔레비전 소리라던가, 어쩌면 말다툼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은, 소음을 가라앉히고, 평화로운 생각을 가슴속에 자아냅니다.


평소에 지내는 도쿄의 집에서는 밤에 창문 밖 거리의 원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 안에서는 전화도 울리고, 분주한 일과 가사의 여운이 꼬리를 끕니다. 그래도, 졸음에 지기 전 한때,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아볼 수가 있으면, 하루에 일어난 일, 거기에 동반해서 일어난 생각이, 도달해야할 곳을 찾아 평온해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되돌아본다」는 것은, 마치 먼 곳으로부터의 시선으로 원경을 보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서 미치게 합니다.


조각가가 나뭇조각과 돌덩어리로부터 형태를 파내 가듯이, 혹은 아이들이 개울에서 주운 조약돌의 진흙이나 이끼를 닦아내고, 「이것 봐, 이렇게 예쁜 돌이야」라고 보여줄 때처럼, 깎아 버려야할 부분을 없앤, 사물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경과는 우리가 그런 시점을 갖는 것을 쉽게 해줍니다. 그렇지만, 목하 진행 중인 사건의 한 가운에 있어도, 좀 더 위쪽에서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이런저런 생각이, 지금, 나의 내면에서부터 떠오릅니다. 생각은 다다를 곳을 추구하며 행위를 낳습니다. 행위에 의해서 가득 채워진 기분은 일단 안정됩니다만, 다시 곧 새로운 마음의 움직임이 생깁니다. 그런 작은 마음의 지류가 서로 연결되거나 합쳐지거나 하면서 살아가는 방향이 만들어져 갑니다.


여러 가지 일을 행하고 체험하고, 다다라야 할 곳에 도착해서 평온해진다......그것은 마치, 몇 개인가의 음이 울려 퍼진 후에 카덴차(악곡을 끝내게 하는 화음들의 결합)를 찾아내는 때와 같습니다. 모든 음악의 울림은, 마음의 체험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음악가에게 있어서 그것은 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만, 음악가가 아닌 나는, 오이리트미를 통해서 슈타이너의 음악관·교육관에 접하는 것으로, 사람과 음악과의 연결에 대해 많은 신선한 발견을 했습니다.


슈타이너의 음악관에서는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들리는 음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부분에 있다, 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쉼표 부분...... 음이 사라져가는 곳입니다. 또, 음과 음사이의 음정입니다. 음보다도, 음과 음의 사이에서야말로, 음악은 생생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 음 뒤에 미가 울렸다면, 도 음이 미로 변해가는 3도의 음정 사이에, 우리의 마음은 음악과 함께 움직이고, 어떤 기분을 체험합니다. 도와 레의 사이, 또 도와 파, 도와 솔......의 사이에는, 또 다른 마음의 체험이 있습니다.


하루의 웅성거림과, 기분의 변화와 갈등이, 진정되고 편안해져 가는 것은, 음악체험으로는 무엇에 해당할까요? 도에서 시작된 음계가, 다른 단계를 빠져나가, 7단 째, 가장 긴장이 높아지는 7도의 음정을 거쳐 옥타브에 다다르는, 그 옥타브 체험과도 닮지 않았나요?


슈타이너는, 옥타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은 일단 음을 발하면, 언제까지나 같은 음만을 계속 낼 수는 없습니다. 음에 의해서 충족되고 편안해질 때까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것은 제1음에서 옥타브에 이르는 것과 같은 도정입니다. 손을 뻗어서 원하는 대상에 닿는 것과 같은 식으로, 제1음에서 옥타브에 다다를 때 옥타브는 제1음을 향해서 내려와, 제1음과 이어집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도라고 하는 제1음에 머물 수 없고, 질문을 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도중에 크게 숨을 쉬거나, 후유하고 안심하거나 하면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7단 째의 음, 시 부분에서, 제1음인 도와의 사이는 7도 음정이 되어 긴장이 더 이상 계속되면 사방에 흩날릴 것처럼 될 정도로 긴장합니다. 하지만 그 찰나, 그때까지의 간절한 물음에 대한 답이 위에서 내려옵니다. 이쪽이 손을 뻗어서 닿는 것과, 상대편에서 찾아오는 것이 동시입니다.


지상에서 체험하는 사건의 하나하나가 다른 울림을 내고 있다고 한다면, 각각의 울림은, 도달할 곳을 추구하며 차례차례로 변용하고, 호응하는 「천상의 옥타브」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듯이도 생각되어 집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책무, 거기에 동반해서 마음에 일어나는 기쁨, 분노, 의심, 슬픔, 즐거움, 괴로움...... 그것들이 길에 떨어진 자질구레한 물건처럼 내버려져서 닳아 없어질지, 그렇지 않으면 그 중의 단 하나라도, 건져져서 일상을 넘는 깊이, 혹은 빛남을 획득할지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울리게 하고, 게다가 울림의 행방을 알아듣고 잘 이해하는 지에 따르는 것이겠지요.


미움을 가슴에 품어서


그것이 꽃이 되었다면


제단에 바치자


오무라 이찌로우씨의 『기도』라고 하는 책 속에 「야기 쥬키치였나, 이런 시를 어디선가 봤다.」라고, 이 삼행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시인이란, 자신의 생명의 한 조각을 잘라내어 언어로 결정지어 우리에게 선물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짧은 삼행 사이에, 처음에「미움」이었던 생각의, 옥타브에의 도달과정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슐레를 시작할 무렵에는, 각 학년이 열 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학급이었습니다. 입학 때 학급 아이들이 열 명이 모인 것은, 7년의 시간을 거쳐 8기생 때 부터입니다.


나는 이 학급의 오이리트미를 1학년부터 계속 맡아서,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변해가는 오이리트미의 커리큘럼이, 자신 속에서 상을 연결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열 명이면 학급으로서의 움직임의 모임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학급과의 만남이, 그때까지의 아이들과 했던 체험의 가느다란 실을 하나로 꼬아 시간의 날실과 서로 붙여서, 자라는 아이의 내면에서, 오이리트미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를 나타낸 것입니다.


분명 담임교사도, 한 바퀴를 돌고서야 비로소, 아이의 살아있는 모습과 교육내용이 하나로 연결되어 갈 거라고, 나는 자신의 체험으로 짐작합니다. 원래대로라면 8년간 계속해서 담당하는 담임교사에게 부담되는 과제의 무게는, 그대로「운명의 무게」라도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오이리트미교사도, 그 일의 부드러운 것 같고 가벼운 것 같은 외견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여겨지고 있지 않지만, 온 심신에 부담되는 상당한 중노동입니다. 전 학년의 필수과목이므로, 동시에 학교전체의 아이들을 상대로 합니다. 항상, 학교의 중심에 오이리트미가 숨 쉬고 있는 것처럼 지키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담임과 아이들, 또 학급 전체와의 사이를 연결하는 유대감의 깊이를 보면, 「나는 담임을 한다면, 몸이 못 견딜거야.」라고 소리 지르고 싶어집니다.


여하튼, 이 8기생과의 세월은, 리듬이 있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와, 나를 앞의 단계로 전진시켜 주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오이리트미를 좋아했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특히 좋아한 몇 명인가의 여자 아이들에게 이끌려, 남자아이들이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나간 것도, 6학년이 되어서도 실컷 움직일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이겠지요. 여자아이들의 수가 많고, 5, 6학년이라도 되면 성장이 빠른 여자아이에게 압도당한 것 같은 남자아이들이, 의외로 순순히 자기다움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슐레에는 내외부로부터 손님이 있어서, 수업을 견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 학급의 오이리트미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잘 움직인다, 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어렸을 때 유희, 춤 같은 것은 싫었지만, 오이리트미는 유희와는 전혀 다르네요. 모두 진지하게, 그러면서 즐거운 듯이 움직이고 있군요.」


또, 6학년 1학기에 방문해 주신 독일 슈타이너 학교의 음악교사도, 「오이리트미가 어린이들 속에 잘 들어가 있네요. 훌륭해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교사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접하면, 칭찬 받는 것은 아이들이고, 내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기뻐하고 있는 자신을 바보 같다고 자각하면서, 그 기쁨을 요약해 보면, 아이들과 함께 오이리트미의 훌륭함을 맛볼 수가 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역시 기쁜 것입니다.


단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유아와 1, 2학년,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3, 4학년들과도 달리, 6학년이 되면, 과연 그때까지 쌓아 온 것이 나타납니다. 말의 울림과 구조, 음악의 요소가 매끄럽게 동작과 공간 속의 형태로 이행해가는 신속함은 교사가 보더라도 기분이 좋습니다.


한편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사춘기로 향하는 심신의 잇따른 변화에의 예감을 품고, 엉클어진 털실뭉치와 놀거나 격투를 하거나 하는 고양이나 어린 표범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외따로 있거나 합니다. 수업에 쑥 들어오면서도 거기서 비어져 나오려고도 합니다.


어른과, 친구들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사이에도, 새로운 관계가 슬슬 필요합니다. 교사와도 지금까지와는 어딘가 다른 「대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오이리트미를 하는 강당에도, 지금까지처럼 나란히 들어오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틈을 노립니다.


다음 시간에 6학년 오이리트미를 앞두고, 내가 강당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아직 시작까지 5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복도에 탁탁, 아기사슴처럼 놀고 싶은 마음을 담은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또 왔구나--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머지않아,「아하하」하며 함박 웃는 얼굴이 들여다보고는, 휙 하니 교실에 들어옵니다.「옷을 갈아입는 게 너무 빠르지 않아?」「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더니, 내 주위를 도약하면서 뛰어 돌아다니며, 「선생님, 오늘, 그 뛰는 곡 하나요? 이런, 엄청 재미있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머리카락을 흔들며 돌아다닙니다.


곧이어, 또 한명이 괜찮을까? 라는 얼굴을 하면서도 살짝 강당에 미끄러져 들어와, 수업 전의「춤」에 합류합니다.


마침내, 전원이 옵니다. 조용히 들어오는 아이, 비틀린 모양으로 허리부터 위쪽을 꼬고 있는 아이, 불어난 체중을 「어떻게 해 준다」고 몸 전체로 말이라도 하듯이,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서 발소리를 울리며 오는 아이, 적극적으로 나에게 접근해 오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어딘가 「오늘의 나는 이렇다」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모습입니다. 「자기한테는 이미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의 영역이 있다」라는 포즈를 보이고 있는 아이조차 그렇습니다. 모두 「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제대로 마주 대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떤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현재와 미래에 품고 있는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나도 알고 싶습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당은, 오이리트미의 물을 가득 채운 수역과 같습니다. 어디까지, 어떻게 헤엄치면 좋을지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을 향해 벌린 교사의 양팔입니다. 거기에서 즐기면서도, 때때로 「물고기들」은, 나의 팔에 팍하고 물보라를 뒤집어씌우기도 하고, 쿵하고 부딪쳐오기도 합니다. 다소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이들 쪽도 내 쪽도 서로 그것을 즐깁니다.


그때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기분이 바탕에 있어야 비로소, 이 연령의 아이들과 교사의 마음이 원활히 교류할 수 있습니다. 진지함 속에도, 유머가 필요합니다. 물론 여유와 유머는 언제든지 중요합니다만, 사춘기 전 무렵부터는 특히 필요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한바탕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았으면,「자, 시작합니다. 다섯 번의 울림에서, 교실 가운데 모여.」라고 말하고, 피아노 담당 교사에게 다섯 개의 화음을 연주해 달라고 합니다. 첫 번째 음이 들리면, 참새들의 합창 같았던 떠들썩함은 가라앉고, 모두 재빨리 원을 만듭니다.

전체 0

전체 5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7
[교육소위] 마리아 툰의 천체에너지 재배법 (2)
조은진(한승민) | 2018.03.19 | 추천 1 | 조회 1326
조은진(한승민) 2018.03.19 1 1326
26
[교육소위] 마리아툰의 천체에너지 재배법 (1)
조은진(한승민) | 2018.03.05 | 추천 0 | 조회 1332
조은진(한승민) 2018.03.05 0 1332
25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7) - 6학년, 옥타브의 울림
조은진(한승민) | 2017.12.26 | 추천 -3 | 조회 1246
조은진(한승민) 2017.12.26 -3 1246
24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6) - 6학년, 6학년의 여행, 리듬이 있는 파도
조은진(한승민) | 2017.12.12 | 추천 -4 | 조회 1266
조은진(한승민) 2017.12.12 -4 1266
23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5) - 5학년, 사과 속의 별
조은진(한승민) | 2017.12.05 | 추천 -2 | 조회 1470
조은진(한승민) 2017.12.05 -2 1470
22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4) - 5학년, 돌고도는 8자, 무한대
조은진(한승민) | 2017.11.27 | 추천 -3 | 조회 1363
조은진(한승민) 2017.11.27 -3 1363
21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3) - 4학년, 사고와 의지의 조화
조은진(한승민) | 2017.11.06 | 추천 -3 | 조회 1344
조은진(한승민) 2017.11.06 -3 1344
20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2) - 4학년, 형태를 이루는 세상
조은진(한승민) | 2017.10.23 | 추천 -3 | 조회 1201
조은진(한승민) 2017.10.23 -3 1201
19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1) - 4학년, 그 아이의 색깔
조은진(한승민) | 2017.10.20 | 추천 -3 | 조회 1389
조은진(한승민) 2017.10.20 -3 1389
18
[교육소위]슈타이너교육과 오이리트미(10) - 3학년, 세상의 시작
조은진(한승민) | 2017.10.20 | 추천 -4 | 조회 1026
조은진(한승민) 2017.10.20 -4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