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일반자료

9학년에 시작하는 컴퓨터 수업에 대하여..

일반
Author
조혜림
Date
2023-03-04 20:23
Views
1425
컴퓨터를 지배할 것인가, 컴퓨터에 지배 당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동림자유발도르프학교 수공예 & 컴퓨터 담당 교사 조혜림 입니다.

올해 새롭게 9학년 컴퓨터 수업을 맡게 되었고 1년 간 학생들과 어떠한 수업을 만들어 갈 것 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동림 가족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공유합니다.

컴퓨터 수업은 9학년에 새로 시작되는 과목 중에 하나이며 수업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기술과 그 중심에 있는 컴퓨터에 대해서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 사회를 함께 인문학 적 관점에서 알아보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활용법을 익히는 것’ 입니다.

수업 구성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9학년의 컴퓨터 수업은 총90분 (2교시) 연강으로 이루어 집니다.  1교시에는 ‘컴퓨터 개론’ 수업을 합니다. 상급의 목표 중에 하나 인 자기 주도 학습 방법 (스스로 자기 교육하기)을 알려주고 싶어서 교사의 개입은 최소화했고 그 대신 교사인 제가 수업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한 그 방법을 학생들과 공유합니다. 컴퓨터 개론의 각 영역; 컴퓨터의 역사, 컴퓨터 분해, 알고리즘, 진법 변환 및 데이터 표현, 하드웨어 (컴퓨터 구조) , 소프트웨어(운영체제), 컴퓨터 윤리, 미래 컴퓨팅 기술에 대해 각자 분야를 맡아서 발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하나의 분야 별로 약 5주의 시간을 잡고 1~2주에는 자료 조사, 3~4주에는 자료의 데이터화 그리고 5주 차에 발표를 합니다. 주말에 각 주제에 맞는 도서를 각자 대출해와서 수업 시간에 스스로 자료를 노트에 정리하며 자료조사를 합니다. PPT나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정리된 자료를 구조화 / 데이터화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흥미를 가진 주제를 발표하면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자신이 조사한 내용에 보충하거나 추가 발표를 합니다. 2교시에는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등을 배우는데 실제 주기수업 때 했던 과학 실험보고서나 수학연습문제, 신문만들기, 동영상제작하기, 수입지출현황 등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합니다. 첫 수업 때, 9학년 학생들과 컴퓨터 수업에서 바라는 점을 나누었는데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허황된 목표가 아닌 예술 쪽으로 진로의 방향을 잡고 포토샵이나 DAW등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막연하게 코딩을 배워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리즘을 토대로 파이썬을 배워보고 싶다는 등 구체적으로 의견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공교육 일반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5년 정도 맡아서 한 경험이 있습니다. 공교육 학생들이라 워낙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컴퓨터 역시 자기 자신과 너무 가까이에 당연하게 있는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느껴졌었습니다. 초등학교 컴퓨터 코딩수업에서는 스크래치나 엔트리라는 교육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8세~16세 어린이가 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캐릭터가 하나 있고 그 캐릭터를 레고 블럭같은 함수나 명령어를 드래그 해와서 캐릭터를 원하는 데로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코딩수업을 학생들과 하면서 컴퓨터언어를 배운다기보다는 흥미위주의 배움과 그 흥미가 더 새로운 자극 없이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느껴졌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지만 환경 자체가 달랐기에 풀어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의 목적 중에 가장 중요한 목적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 인데 경험 상 어린시절부터 기계앞에서 코딩을 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을 다른 경험(willing의지하기, feeling느끼기, thinking사고하기)을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창의력 사고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발도르프학교의 담임과정에서 그동안 해온 것 들, 리듬생활, 미디어제한, 손으로 직접 하는 경험 들(수공예, 목공, 음악, 미술, 모든 주기수업 특히 기하학 등등등)이 쌓여서 9학년에는 나와 컴퓨터를 연결 지을 수 있고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다룬다는 것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 없이 미리 배우는 것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것을 가치 있게 배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치약을 짜는 것만큼 쉬운 것이 미디어 다루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컴퓨터가 제공하는 기능과 컨텐츠등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거나 컴퓨터를 활용하여 기능과 컨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거나인데

1. 미디어를 접하기 전에 충분한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

2. 경험을 토대로 나와 미디어를 연결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갖는 것

이 두가지가 올바른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컴퓨터 역사를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1801년, 자카드(Joseph Marie Jacquard)라는 사람은 직조 산업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직조기를 발명합니다. 그 기계는 옷감을 만들 때 어떤 무늬를 그리기 원하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그 종이를 수직 집결로 올리면 그 명령대로 무늬가 찍히는 직조기입니다. 이런 류의 프린트를 ‘자카드’라고 부르며, 이렇게 구멍을 뚫고 올리는 것 또한 일종의 ‘명령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자카드 시스템의 응용이 천공카드라 볼 수 있습니다. OMR카드는 빛으로 명령을 읽는다면, 천공카드는 구멍으로 명령을 읽습니다. IBM 최초의 컴퓨터 저장장치는 지금처럼 메모리가 없었을 때 천공카드로 명령도 내리고 데이터도 저장하곤 했습니다. 천공카드로 자동화하기라는 방안은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고 허먼 홀러리스(Herman Hollerith)라는 사람은 Tabulating Machine Company라는 회사를 차리게 되고 이 회사에 토마스 왓슨이 들어오며 이 회사는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BM이 됩니다. IBM의 인공지능의 이름인 ‘왓슨’이 토머스 왓슨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처럼 컴퓨터의 발전 속에는 예술 분야의 결합이 있었습니다. 기계에 잠식되기보다는 우리아이들의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의지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컴퓨터 교육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통해 동림가족분들이 서로서로 토론을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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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뉴욕 타임즈’에 실리콘 밸리의 발도르프학교 기사가 실려서 발췌하였습니다.

A Silicon Valley School That Doesn’t Computue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세계최대의 인터넷경매사이트 이베이의 기술담당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교실이 9개 있는 학교에 보낸다. 구글, 애플, 야후, 휴랫패커드 같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큰 기업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주 도구는 결코 하이테크적이지 않은 펜과 종이, 뜨개질바늘, 때때로는 진흙이다. 컴퓨터나 스크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컴퓨터는 수업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학교는 집에서조차 컴퓨터의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앞다투어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많은 정책결정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에 비판적인 시각이 테크놀로지경제 중심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은 페닌슐라 발도르프 학교(Waldorf School of the Peninsula)다. 미국에 있는 160여개 발도르프 학교 중 하나인 이곳은 창조적 손작업 활동에 의한 신체활동과 배움에 중심을 두고 있는 교육철학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접근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은 컴퓨터가 창조적 사고와 활동, 인간간의 상호작용, 장시간의 주의집중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한 세기 정도의 나이를 먹었다. 그러나, 발도르프학교가 이곳 디지털전문가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 학교 교육에서 컴퓨터의 역할에 대한 열띤 논쟁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딸을 발도르프 초등학교에 보내고, 아들 윌리엄을 발도르프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50살의 앨런 이글(Alan Eagle)은 “문법을 배우는데 테크놀로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며, 아이패드 어플이 우리 아이가 수학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 고 말한다.

이글(Eagle)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 학위를 받았으며, 구글의 경영진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하며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연설문을 작성하는일을 해왔다. 그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5학년 그의 딸은 구글을 사용하는 법을 모르며, 8학년을 막 시작한 그의 아들은 지금 막 배우고 있는 중이며 학교는 컴퓨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학생들의 3분의2는 하이테크놀로지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부모들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이글(Eagle)도 이것에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테크놀로지의 사용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말하며, “만일 내가 영화사 미라맥스(Miramax)에서 일하며, 예술성 높고 평판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내 아이들이 17살이 될 때가지 그 영화를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 지역의 다른 학교들이 컴퓨터 시스템화 된 교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데 반해 발도르프학교는 단순하며 복고적인 컬러 분필과 칠판, 백과사전이 꽂힌 책꽂이, 노트와 연필이 담긴 나무책상을 중요시 한다.

지난 목요일에 앤디 이글(Andie Eagle)과 그녀의 5학년 급우들은 털실뭉치 주위로 뜨개질 바늘을 교차시켜 직물 견본을 만드는 새로운 뜨개질 기술을 배웠다. 이것이 학생으로 하여금 문제해결(problem – solving)능력, 모양 만들기, 셈하기, 조정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발도르프학교의 활동들이다.

학교 홀 아래로 내려가니, 선생님이 3학년 학생들에게 몸이 번개가 되었다고 생각하라고 하면서 곱셈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4곱하기 5에 대해서 물었고, 학생들은 같은 소리로 20이라고 외치며 칠판의 숫자를 휙 가리켰다. 교실에 인간 계산기가 가득했다.

2학년 반에서는 원모양으로 둥글게 서있는 학생들이 콩주머니를 가지고 놀면서 선생님을 따라 문장을 반복하면서 언어스킬에 대해 배웠다. 이것은 몸과 머리를 같이 사용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둔 운동이다. 다른 학급에서처럼 여기서도 하루는 특정종교와는 관계없는 신성성을 담지한 신에 대한 명상이나 시로 하루를 시작한다.

과거에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앤니의 선생님인 캐시 와히드는 재미도 있으면서 촉각을 사용하는 학습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그녀는 학생들에게 사과, 쿼사딜라, 케익등을 4등분, 2등분, 16등분으로 자르게 하면서 분수에 대해 가르쳤다.

“지난 3주동안 우리는 분수를 통해 많은 것을 먹었다. 내가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분수조각을 만들었을 때, 그들이 주목했을 꺼라 생각하시죠?”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이 더 좋은 점수나 성과를 얻도록 한다는 것을 그 동안의 연구들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 교육전문가는 컴퓨터를 교실에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컴퓨터 대신에 케익 나누기나 뜨개질을 통한 교육이 더 나을까?

일부 사립학교들처럼 발도르프학교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어떤 표준화된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발도르프 교육지지자들은 둘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발도르프 초급 학생들은 표준화된 수학이나 읽기 커리큘럼으로 훈련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먼저 인정한다.

우리가 발도르프학교의 효과에 대한 증거를 요청했을 때, 북아메리카 발도르프 학교연합은 미국에서 1994년~2004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도르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94%가 대학에 진학하여, 오버린, 버클리, 바사르 같은 명문학교를 갔다는 과거 연구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이 특별한 사립학교(a selective private school)를 보낼 만큼 자식 교육에 가치를 두며, 이를 위해 지불한 능력을 가진 부모들을 둔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 수치는 놀라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지 않는 교육방식의 효과를 다른 요인들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로스알토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들은 다른 학교들에서는 선생님들에게 부족한 강한 사명감을 갖도록하는 발도르프식 교육 훈련을 받은 훌륭한 선생님을 채용한다고 말한다.......(생략)......
Total Reply 2

  • 2023-03-05 13:42
    천공카드 OMR에 요런 이야기가 있었군요ㅎㅎ
    재밌고 유익한 글 고맙습니다^^ 9학년 컴퓨터 수업이 기대됩니다~ 홧팅입니다!!^^

  • 2023-03-05 15:10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흥미 중심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과 기술이 쓰여지고 있는 요즘…우리 학교 밖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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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학년에 시작하는 컴퓨터 수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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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조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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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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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지배할 것인가, 컴퓨터에 지배 당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동림자유발도르프학교 수공예 & 컴퓨터 담당 교사 조혜림 입니다.

올해 새롭게 9학년 컴퓨터 수업을 맡게 되었고 1년 간 학생들과 어떠한 수업을 만들어 갈 것 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동림 가족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공유합니다.

컴퓨터 수업은 9학년에 새로 시작되는 과목 중에 하나이며 수업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기술과 그 중심에 있는 컴퓨터에 대해서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 사회를 함께 인문학 적 관점에서 알아보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활용법을 익히는 것’ 입니다.

수업 구성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9학년의 컴퓨터 수업은 총90분 (2교시) 연강으로 이루어 집니다.  1교시에는 ‘컴퓨터 개론’ 수업을 합니다. 상급의 목표 중에 하나 인 자기 주도 학습 방법 (스스로 자기 교육하기)을 알려주고 싶어서 교사의 개입은 최소화했고 그 대신 교사인 제가 수업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한 그 방법을 학생들과 공유합니다. 컴퓨터 개론의 각 영역; 컴퓨터의 역사, 컴퓨터 분해, 알고리즘, 진법 변환 및 데이터 표현, 하드웨어 (컴퓨터 구조) , 소프트웨어(운영체제), 컴퓨터 윤리, 미래 컴퓨팅 기술에 대해 각자 분야를 맡아서 발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하나의 분야 별로 약 5주의 시간을 잡고 1~2주에는 자료 조사, 3~4주에는 자료의 데이터화 그리고 5주 차에 발표를 합니다. 주말에 각 주제에 맞는 도서를 각자 대출해와서 수업 시간에 스스로 자료를 노트에 정리하며 자료조사를 합니다. PPT나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정리된 자료를 구조화 / 데이터화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흥미를 가진 주제를 발표하면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자신이 조사한 내용에 보충하거나 추가 발표를 합니다. 2교시에는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등을 배우는데 실제 주기수업 때 했던 과학 실험보고서나 수학연습문제, 신문만들기, 동영상제작하기, 수입지출현황 등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합니다. 첫 수업 때, 9학년 학생들과 컴퓨터 수업에서 바라는 점을 나누었는데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허황된 목표가 아닌 예술 쪽으로 진로의 방향을 잡고 포토샵이나 DAW등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막연하게 코딩을 배워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리즘을 토대로 파이썬을 배워보고 싶다는 등 구체적으로 의견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공교육 일반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5년 정도 맡아서 한 경험이 있습니다. 공교육 학생들이라 워낙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컴퓨터 역시 자기 자신과 너무 가까이에 당연하게 있는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느껴졌었습니다. 초등학교 컴퓨터 코딩수업에서는 스크래치나 엔트리라는 교육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8세~16세 어린이가 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캐릭터가 하나 있고 그 캐릭터를 레고 블럭같은 함수나 명령어를 드래그 해와서 캐릭터를 원하는 데로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코딩수업을 학생들과 하면서 컴퓨터언어를 배운다기보다는 흥미위주의 배움과 그 흥미가 더 새로운 자극 없이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느껴졌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지만 환경 자체가 달랐기에 풀어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의 목적 중에 가장 중요한 목적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 인데 경험 상 어린시절부터 기계앞에서 코딩을 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을 다른 경험(willing의지하기, feeling느끼기, thinking사고하기)을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창의력 사고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발도르프학교의 담임과정에서 그동안 해온 것 들, 리듬생활, 미디어제한, 손으로 직접 하는 경험 들(수공예, 목공, 음악, 미술, 모든 주기수업 특히 기하학 등등등)이 쌓여서 9학년에는 나와 컴퓨터를 연결 지을 수 있고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다룬다는 것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 없이 미리 배우는 것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것을 가치 있게 배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치약을 짜는 것만큼 쉬운 것이 미디어 다루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컴퓨터가 제공하는 기능과 컨텐츠등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거나 컴퓨터를 활용하여 기능과 컨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거나인데

1. 미디어를 접하기 전에 충분한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

2. 경험을 토대로 나와 미디어를 연결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갖는 것

이 두가지가 올바른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컴퓨터 역사를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1801년, 자카드(Joseph Marie Jacquard)라는 사람은 직조 산업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직조기를 발명합니다. 그 기계는 옷감을 만들 때 어떤 무늬를 그리기 원하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그 종이를 수직 집결로 올리면 그 명령대로 무늬가 찍히는 직조기입니다. 이런 류의 프린트를 ‘자카드’라고 부르며, 이렇게 구멍을 뚫고 올리는 것 또한 일종의 ‘명령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자카드 시스템의 응용이 천공카드라 볼 수 있습니다. OMR카드는 빛으로 명령을 읽는다면, 천공카드는 구멍으로 명령을 읽습니다. IBM 최초의 컴퓨터 저장장치는 지금처럼 메모리가 없었을 때 천공카드로 명령도 내리고 데이터도 저장하곤 했습니다. 천공카드로 자동화하기라는 방안은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고 허먼 홀러리스(Herman Hollerith)라는 사람은 Tabulating Machine Company라는 회사를 차리게 되고 이 회사에 토마스 왓슨이 들어오며 이 회사는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BM이 됩니다. IBM의 인공지능의 이름인 ‘왓슨’이 토머스 왓슨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처럼 컴퓨터의 발전 속에는 예술 분야의 결합이 있었습니다. 기계에 잠식되기보다는 우리아이들의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의지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컴퓨터 교육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통해 동림가족분들이 서로서로 토론을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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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뉴욕 타임즈’에 실리콘 밸리의 발도르프학교 기사가 실려서 발췌하였습니다.

A Silicon Valley School That Doesn’t Computue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세계최대의 인터넷경매사이트 이베이의 기술담당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교실이 9개 있는 학교에 보낸다. 구글, 애플, 야후, 휴랫패커드 같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큰 기업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주 도구는 결코 하이테크적이지 않은 펜과 종이, 뜨개질바늘, 때때로는 진흙이다. 컴퓨터나 스크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컴퓨터는 수업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학교는 집에서조차 컴퓨터의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앞다투어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많은 정책결정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에 비판적인 시각이 테크놀로지경제 중심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은 페닌슐라 발도르프 학교(Waldorf School of the Peninsula)다. 미국에 있는 160여개 발도르프 학교 중 하나인 이곳은 창조적 손작업 활동에 의한 신체활동과 배움에 중심을 두고 있는 교육철학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접근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은 컴퓨터가 창조적 사고와 활동, 인간간의 상호작용, 장시간의 주의집중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한 세기 정도의 나이를 먹었다. 그러나, 발도르프학교가 이곳 디지털전문가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 학교 교육에서 컴퓨터의 역할에 대한 열띤 논쟁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딸을 발도르프 초등학교에 보내고, 아들 윌리엄을 발도르프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50살의 앨런 이글(Alan Eagle)은 “문법을 배우는데 테크놀로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며, 아이패드 어플이 우리 아이가 수학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 고 말한다.

이글(Eagle)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 학위를 받았으며, 구글의 경영진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하며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연설문을 작성하는일을 해왔다. 그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5학년 그의 딸은 구글을 사용하는 법을 모르며, 8학년을 막 시작한 그의 아들은 지금 막 배우고 있는 중이며 학교는 컴퓨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학생들의 3분의2는 하이테크놀로지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부모들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이글(Eagle)도 이것에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테크놀로지의 사용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말하며, “만일 내가 영화사 미라맥스(Miramax)에서 일하며, 예술성 높고 평판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내 아이들이 17살이 될 때가지 그 영화를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 지역의 다른 학교들이 컴퓨터 시스템화 된 교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데 반해 발도르프학교는 단순하며 복고적인 컬러 분필과 칠판, 백과사전이 꽂힌 책꽂이, 노트와 연필이 담긴 나무책상을 중요시 한다.

지난 목요일에 앤디 이글(Andie Eagle)과 그녀의 5학년 급우들은 털실뭉치 주위로 뜨개질 바늘을 교차시켜 직물 견본을 만드는 새로운 뜨개질 기술을 배웠다. 이것이 학생으로 하여금 문제해결(problem – solving)능력, 모양 만들기, 셈하기, 조정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발도르프학교의 활동들이다.

학교 홀 아래로 내려가니, 선생님이 3학년 학생들에게 몸이 번개가 되었다고 생각하라고 하면서 곱셈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4곱하기 5에 대해서 물었고, 학생들은 같은 소리로 20이라고 외치며 칠판의 숫자를 휙 가리켰다. 교실에 인간 계산기가 가득했다.

2학년 반에서는 원모양으로 둥글게 서있는 학생들이 콩주머니를 가지고 놀면서 선생님을 따라 문장을 반복하면서 언어스킬에 대해 배웠다. 이것은 몸과 머리를 같이 사용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둔 운동이다. 다른 학급에서처럼 여기서도 하루는 특정종교와는 관계없는 신성성을 담지한 신에 대한 명상이나 시로 하루를 시작한다.

과거에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앤니의 선생님인 캐시 와히드는 재미도 있으면서 촉각을 사용하는 학습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그녀는 학생들에게 사과, 쿼사딜라, 케익등을 4등분, 2등분, 16등분으로 자르게 하면서 분수에 대해 가르쳤다.

“지난 3주동안 우리는 분수를 통해 많은 것을 먹었다. 내가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분수조각을 만들었을 때, 그들이 주목했을 꺼라 생각하시죠?”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이 더 좋은 점수나 성과를 얻도록 한다는 것을 그 동안의 연구들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 교육전문가는 컴퓨터를 교실에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컴퓨터 대신에 케익 나누기나 뜨개질을 통한 교육이 더 나을까?

일부 사립학교들처럼 발도르프학교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어떤 표준화된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발도르프 교육지지자들은 둘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발도르프 초급 학생들은 표준화된 수학이나 읽기 커리큘럼으로 훈련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먼저 인정한다.

우리가 발도르프학교의 효과에 대한 증거를 요청했을 때, 북아메리카 발도르프 학교연합은 미국에서 1994년~2004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도르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94%가 대학에 진학하여, 오버린, 버클리, 바사르 같은 명문학교를 갔다는 과거 연구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이 특별한 사립학교(a selective private school)를 보낼 만큼 자식 교육에 가치를 두며, 이를 위해 지불한 능력을 가진 부모들을 둔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 수치는 놀라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지 않는 교육방식의 효과를 다른 요인들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로스알토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들은 다른 학교들에서는 선생님들에게 부족한 강한 사명감을 갖도록하는 발도르프식 교육 훈련을 받은 훌륭한 선생님을 채용한다고 말한다.......(생략)......
Total Reply 2

  • 2023-03-05 13:42
    천공카드 OMR에 요런 이야기가 있었군요ㅎㅎ
    재밌고 유익한 글 고맙습니다^^ 9학년 컴퓨터 수업이 기대됩니다~ 홧팅입니다!!^^

  • 2023-03-05 15:10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흥미 중심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과 기술이 쓰여지고 있는 요즘…우리 학교 밖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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