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및 일반자료

[8학년 프로젝트를 마치며]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께 쓴 감사의 글

작성자
권영진
작성일
2022-06-14 11:56
조회
595
프로젝트가 끝난지 벌써 일주일 이상 지났네요. 동림 8학년은 국어 주기수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 국어주기수업의 소테마 중 하나가 수필을 쓰는 것이죠. 아이들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돌아보기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의 편지글을 함께 써보았습니다. 8학년들이 오롯이 쓴 편지라는 수필로 프로젝트의 문을 살포시 닫아보려고 합니다.

===

 

‘발도르프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이번 8학년 프로젝트의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질문은 너무도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준이는 스스로 키워드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인간’입니다. 여기서 답을 한 스푼을 보태자면 ‘인간’과 ‘관계’이죠. 저희 8학년 교사와 학생, 친구와 친구로서 만나 그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올바른 ‘나’란 무엇인가? 올바른 우리의 ‘관계’는 무엇인가?

 

‘프로젝트는 이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 고민을 하여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비행기를 발표했던 기문이도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력이 장점인 동시에 꼼꼼한 계획은 부족하여 단점이라 여겨진다고 나눴고요, 자전거를 다룬 진서는 새롭게 발견한 본인의 성실함에 자신감이 충만해졌고요, 색에 대해 고민했던 솔우는 ‘근원’에 대한 질문에 다가갔습니다.

여기서 ‘나’라는 단어를 ‘우리’로 바꾸는 것도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에 대해 고민을 하여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즉 나만이 아닌 우리의 관계성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주제가 우분투, 즉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의식을 계속 견지했기 때문입니다. 클라이밍의 매력이란 개인적인 주제 혹은 개인적인 운동을 다룬 가윤이는 이 부분과 끝까지 씨름했고, 마지막 돌아보기에서 결국 커다란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걸은 느낌이란 의미심장한 표현을 했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은 이데올로기 이전에 사람이 있었다’

5.18을 다룬 주호의 핵심주장이었죠. 그렇습니다. 저희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야기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2월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바 혹은 관심있는 바를 바탕으로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서로의 지근거리에서 많은 고민, 많은 갈등,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고민을 나누다가 결국은 주제를 바꿔서 위안부의 마음에 공감코자 했던 여은이, 선생님과 의견을 조율하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졌지만 넉넉한 고래등짝 같은 마음으로 달의 관찰을 잘 표현해낸 찬유, 아침시간마다 선생님과 그리고 시간날 때마다 친구들과 무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려운 주제를 잘 정리해낸 종호! 모두에겐 자신의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와 ‘우리’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

이 내러티브를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쉽게 놓여진 혹은 누군가 정해준 길로 가지 않았기에 때로는 험한 숲에서 길을 내어보기도 했고요, 거친 산으로 돌아가는 길로 가기도 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길을 내버려두고 어려운 길로 자처해서 나아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바보 같은 일이라 치부 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길을 걸었을 때야 우리의 영혼에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오가 돌아보기를 통해 ‘왜’라는 질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그 ‘왜’라는 질문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말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우회로(迂廻路)’

8학년은 프로젝트를 하며 우회로를 향해 걸었습니다. 바보처럼 치부될 수 있었던 우리의 우회로, 그 길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진정성 있게 바라보아주셔서입니다. MLB와 지형과의 연결성을 발표한 민균이는 소감에 토요일에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썼고요, 수어를 발표한 하린이도 발표를 잘 들어주셔서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습니다. 진정성 어린 발표로 감동을 주었던 정인이는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를 넘어 이런 귀한 ‘시간’이 허락되었음에 대한 감사를 나누었습니다. 저희 8학년 모두는 마음을 모아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함을 다시금 전합니다. 차별언어에 대해 발표한 성준이 수필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발표 전 두려움의 시선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으로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따뜻함이 되어 다가왔다.’

 

- 동림자유학교 8학년 올림-


 
전체 2

  • 2022-06-15 02:36
    글을 읽으며 그날 아이들 모습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아이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 선생님, 8학년 학부모님 정말정말 애쓰셨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2022-06-15 21:15
    듬직한 8학년아이들의 성장에는 언제나 권영진 선생님의 단단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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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프로젝트를 마치며]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께 쓴 감사의 글

작성자
권영진
작성일
2022-06-14 11:56
조회
595
프로젝트가 끝난지 벌써 일주일 이상 지났네요. 동림 8학년은 국어 주기수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 국어주기수업의 소테마 중 하나가 수필을 쓰는 것이죠. 아이들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돌아보기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의 편지글을 함께 써보았습니다. 8학년들이 오롯이 쓴 편지라는 수필로 프로젝트의 문을 살포시 닫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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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이번 8학년 프로젝트의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질문은 너무도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준이는 스스로 키워드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인간’입니다. 여기서 답을 한 스푼을 보태자면 ‘인간’과 ‘관계’이죠. 저희 8학년 교사와 학생, 친구와 친구로서 만나 그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올바른 ‘나’란 무엇인가? 올바른 우리의 ‘관계’는 무엇인가?

 

‘프로젝트는 이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 고민을 하여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비행기를 발표했던 기문이도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력이 장점인 동시에 꼼꼼한 계획은 부족하여 단점이라 여겨진다고 나눴고요, 자전거를 다룬 진서는 새롭게 발견한 본인의 성실함에 자신감이 충만해졌고요, 색에 대해 고민했던 솔우는 ‘근원’에 대한 질문에 다가갔습니다.

여기서 ‘나’라는 단어를 ‘우리’로 바꾸는 것도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에 대해 고민을 하여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즉 나만이 아닌 우리의 관계성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주제가 우분투, 즉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의식을 계속 견지했기 때문입니다. 클라이밍의 매력이란 개인적인 주제 혹은 개인적인 운동을 다룬 가윤이는 이 부분과 끝까지 씨름했고, 마지막 돌아보기에서 결국 커다란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걸은 느낌이란 의미심장한 표현을 했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은 이데올로기 이전에 사람이 있었다’

5.18을 다룬 주호의 핵심주장이었죠. 그렇습니다. 저희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야기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2월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바 혹은 관심있는 바를 바탕으로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서로의 지근거리에서 많은 고민, 많은 갈등,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고민을 나누다가 결국은 주제를 바꿔서 위안부의 마음에 공감코자 했던 여은이, 선생님과 의견을 조율하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졌지만 넉넉한 고래등짝 같은 마음으로 달의 관찰을 잘 표현해낸 찬유, 아침시간마다 선생님과 그리고 시간날 때마다 친구들과 무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려운 주제를 잘 정리해낸 종호! 모두에겐 자신의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와 ‘우리’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

이 내러티브를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쉽게 놓여진 혹은 누군가 정해준 길로 가지 않았기에 때로는 험한 숲에서 길을 내어보기도 했고요, 거친 산으로 돌아가는 길로 가기도 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길을 내버려두고 어려운 길로 자처해서 나아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바보 같은 일이라 치부 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길을 걸었을 때야 우리의 영혼에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오가 돌아보기를 통해 ‘왜’라는 질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그 ‘왜’라는 질문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말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우회로(迂廻路)’

8학년은 프로젝트를 하며 우회로를 향해 걸었습니다. 바보처럼 치부될 수 있었던 우리의 우회로, 그 길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진정성 있게 바라보아주셔서입니다. MLB와 지형과의 연결성을 발표한 민균이는 소감에 토요일에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썼고요, 수어를 발표한 하린이도 발표를 잘 들어주셔서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습니다. 진정성 어린 발표로 감동을 주었던 정인이는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를 넘어 이런 귀한 ‘시간’이 허락되었음에 대한 감사를 나누었습니다. 저희 8학년 모두는 마음을 모아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함을 다시금 전합니다. 차별언어에 대해 발표한 성준이 수필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발표 전 두려움의 시선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으로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따뜻함이 되어 다가왔다.’

 

- 동림자유학교 8학년 올림-


 
전체 2

  • 2022-06-15 02:36
    글을 읽으며 그날 아이들 모습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아이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 선생님, 8학년 학부모님 정말정말 애쓰셨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2022-06-15 21:15
    듬직한 8학년아이들의 성장에는 언제나 권영진 선생님의 단단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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