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4월 동림의 삼지제
음력 3월 3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
아이들은 새를 봤노라고도 했다.
날은 화창하지만 미세먼지가 좋지 않아서 답청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원성이 자자하다.
‘애들아, 우리는 월요일마다 산책하잖니, 그걸로는 안되겠니.’ 괜히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드디어 조별로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화전을 부칠 준비를 하니 기분이 좀 난다.
뽀얀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시작하니 아이들 손에 들러붙는다고 엄살도 피운다.
영준이는 “형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내가 제일 높은 학년이라니……” 조금 더 주무르다보니 손에서 떨어져나간다.
“반죽이 짤 것 같아요.”
동글동글하게 빚자니 2학년 지후는 자꾸 다른 모양을 만들고 싶단다.
별이며 오징어며, 외계인까지.
“꽃을 놓을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라는 주문에 금세 또 다른 모양을 빚어본다.
벌써부터 다른 후라이팬에서는 탄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이곳저곳에서는 “망했어요. 타요.” 지레 겁을 낸다.
괜찮아. 처음에는 다 그렇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노릇해지고 제법 먹음직스럽다.
노란 황매화, 분홍 진달래, 초록 쑥이 어우러진 화전이 나오기 시작하자 1,2 학년은 “지금 먹어도 돼요?” 라고 물었다.
한 접시 쯤 근사한 화전이 쌓이고 1학년 도현이는 꿀통을 꾹꾹 눌러 잔뜩 발랐다.
집에서 싸온 두릅이나 봄 채소로 반찬을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먹고 다시 조별로 모였다.
우리 교실에서는 산가지 놀이. 쌓아놓은 나뭇가지 뭉치에서 다른 나뭇가지를 건드리지 않고 꺼내는 놀이다.
거침없을 듯 했던 3학년 하율이는 손을 발발 떤다. “제 손이 자꾸 떨려요.” 결국 두 번째의 시도에서 겨우 하나를 꺼냈다.
2학년 소율이는 엄청 집중해서 매번 성공한다.
여진이도 잘 살피다가 과감하게 꺼낸다.
연우는 과감하게 잡다가 흔들린다.
큰 언니 중에는 섬세하게 잡아 뺀 6학년 성연이가 단연코 많이 뺐다.
함께 숨죽이고 지켜보다가 성공했을 때 모두가 기뻐해주기도 하고 건들었다고 꼼꼼하게 챙기기도 한다.
다른 반에서는 고무줄 노래와 함께 건물이 쿵쿵 울려대는 오후다.
공기놀이도 몇 개까지 성공했다, 자기네 조는 사방치기를 실컷 못했다는 등, 후일담을 쏟아놓는 놀이시간이다.
얘들아 내일은 토요일.
공기 상태가 좋아지기를 기도하자.
그러면 실컷 산 속을 걸어볼 수 있겠지.
봄 소풍이나 산행을 기약하며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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