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9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듣기만 해도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한가위. 아침부터 약간의 분주함을 담고 아이들이 속속 학교에 등교했다. 색색이 저학년 아이들 한복에서 명절의 흥이 아침부터 전해진다. 며칠 전부터 자신들이 몇 번째 모둠인지 이름을 써둔 칠판 앞에서 한참을 기대와 흥분으로 준비하더니 또 다시 확인하고 확인해서 자신들의 모둠반으로 향한다. 교실 앞에서 조심스러운 게 코로나로 서로의 학년과 얼굴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라 더 설레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모양이다.
반겨주는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고 집기들 배치를 도와주면서 금방 한 모둠이 되어 연산군의 길쌈내기 이야기도 들으며 추석날로 접어들었다. 각 반 별로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붓기도 하고 덜컥 많이 부어 질어진 반죽이라도 뽀얀 쌀가루를 조물조물, 손을 보태보았다. 올해는 밤값이 비싸서 깨와 설탕을 버무려서 소를 만들었지만 금세 고소한 깨 덕분에 먹음직스러워졌다. 각 모둠별로 찌는 동안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어떤 모둠은 먼저 놀이를 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금세 잘 쪄진 송편을 꺼내주셨다. 선생님들이 꺼내서 접시에 담긴 송편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진다. 햅쌀로 지은 쌀가루여서 여느 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언제나 아이들은 자신들이 빚은 송편이 최고다.
드디어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세 모둠이 한 놀이마당을 놀기로 했다. 부채꼴 마당으로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을 불러보며 둥근 달을 기대하듯 먹이감을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며 노래하는 아이들. ‘와우,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꽹과리를 치며 강강수울래를 부르며 놀아나보자. 뛰어나보세, 뛰어나보세. 강강술래며 돌기 시작했다. 고학년들은 몸이 무거울까, 뛰기가 쉽지 않고 저학년들은 마음만 가볍다. 그래도 남생이처럼 촐래촐래 춤을 추자. 신명을 내보려고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움직여진다. 검은 옷 입은 사람 나오세요, 촐래촐래라 잘 논다. 잘 생긴 사람 나오세요 하니 신난 울 남자 선생님들, 촐래촐래라 잘 논다. 어여쁜 사람 나오세요, 촐래촐래라 잘 논다. 구멍난 양말 나오세요, 촐래촐래라 잘 논다. 껑자껑자 고사리 대사리 꺾자. 백두산 고사리 꺾어다가 우리 아배 반찬하세. 강강술래. 청청 청어엮자. 아이들 팔을 엮으면 어떤 모둠은 줄줄이 팔을 엮지만 어떤 모둠은 ‘아이고, 팔 꺾이겠네. 흐흐. 뭐 그래도 어찌 어찌 엮어져 간다.’ 기와밟기를 하면 놀이는 정점에 이른다. 1, 2 학년은 두근두근, 형님들 등을 밟아도 되나. 형님들은 내 등을 살살 밟고 가라는 바램으로, 3학년들은 옆에서 흥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장자장자골 기완가. 지우는 목이 터져라 춤까지 너울너울 추며 장단을 맞춰준다.
모두가 신명 나게 놀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우리 민족의 흥을 놓치지 않기를 바래는 맘으로 끝까지 춤을 추어본다. 교실에서는 윷이야를 외치고 팽이도 돌리고 비석치기며 고무줄 놀이, 아슬아슬 산가지를 빼보며 공기놀이랑 딱지치기를 하다보니 아쉽기만 한 추석날이다. 제발 밤에는 둥근 보름달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인사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실컷 불렀던 남생아 놀아라가 떠나지 않는 날이었다.
-백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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