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을 밝히는 촛불

흙집을 밝히는 촛불

3학년 교실 뒷 편에는 아이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흙집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 제법 단단해진 흙집들은 지난 9월26일,  9학년 이혜수의 어머님이신 류경아님께서 3학년 조소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산에 살던 흙 할아버지가 어떻게 데굴데굴 굴러와 이 교실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천천히 찰흙의 감촉을 느껴봅니다.

차가운 찰흙은 만질수록 따뜻해지고, 거칠고 단단한 느낌에 점점 내 손의 체온이 더해지니 부드러운 덩어리가 되어갑니다.

하나의 흙 덩어리를 책상위에 올려두고, 그 위에 한 덩어리, 또 한 덩어리 쌓아 올리면서 단단하게 다져 줍니다.

잘 다져진 흙 덩이 속으로 주먹을 천천히 집어 넣어 처음 만들었던 덩어리를 찾아보고 나니,

꽤나 그럴듯한 동굴 집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 나의 흙집을 꾸밉니다.

해먹그네, 나무, 가구,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 까지 채우고 나니 정말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초에 불을 붙여 흙집에 넣어 흙의 온기와 초의 온기를 함께 느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손 끝의 작은 힘에도 쉽게 모양이 변하던 흙집이, 오늘 보니 제법 단단한 집이 되어 있습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흙집에 온기를 불어 넣고

온기로 가득 찬 작은 집들이 모여 우리 교실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집도 이렇게 단단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집짓기 수업을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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